[의료관광 ‘한류 바람’] 의료 서비스엔 국경 없다… ‘황금알’ 외국인 잡아라
1200여 병·의원 환자 유치전 팔 걷어
세계의 유명 병원들과 환자 유치 전쟁을 벌이는 이른바 국제의료시대가 열렸다. 국적에 관계없이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겠다고 나선 병의원이 무려 1200여곳에 이른다. 건강검진 또는 질병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는 환자도 지난해 기준 8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외국인 환자들을 올해 11만명, 내년 14만명 이상 유치할 계획이다.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서울 논현동 BK동양성형외과 3층 상담실. 젊은 여성 3명이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싱가포르 국적의 올해 24살의 동갑내기 친구 에바와 셜린, 베로니카였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취미가 비슷해서 친해지게 돼 해외여행을 겸해 성형수술까지 받으려고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고 했다. 2년 전 중국에서 쌍꺼풀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에바는 수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해 왔고, 다른 두 친구는 평소 콤플렉스로 여기던 가슴과 얼굴 윤곽을 교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에바는 이날 쌍꺼풀 재수술과 코 수술을, 셜린은 처진 가슴을 봉긋하게 올리는 수술을, 베로니카는 코 수술과 안면윤곽 성형수술을 각각 받았다.
BK동양성형외과 김병건 대표 원장은 “3명 모두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두 달 전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상담과 수술 및 숙소, 공항 픽업 서비스를 직접 예약했던 환자들”이라며 “이들은 앞으로 장기 입원 외국인 환자를 위해 제공하는 병원 인근의 원룸 형식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에서 함께 지내며 동대문 시장 쇼핑과 서울 시내 관광도 즐길 계획”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청담동 차병원그룹 차움 안티에이징센터에선 벽안의 미국인 부부가 개인 맞춤 유전자 검사와 일반 검진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차병원 관계자는 “요즘 하루 1999달러짜리 ‘메디컬 검진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외국인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고도비만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서울 논현동 365mc클리닉 위밴드수술센터 조민영 박사에게 비만수술을 받고 지난 21일, 한국을 다시 찾은 노르웨이인 윌리엄(46)씨는 수술 전 100㎏에 달했던 체중을 수술 후 7주 만에 20㎏이나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수술 후 오랜 기간 복용하던 당뇨 약과 혈압 약도 끊고,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자랑했다.
이 뿐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의료상품,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 이용과 암과 같은 중증 질환 치료를 위해 국내 대학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들도 많아졌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차병원, 건국대병원, 인하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동남원자력의학원, 인천길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병원의 국제진료소(센터) 관계자들은 자기 병원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적게는 300∼400여명에서 많게는 2000∼6000여명의 외국인 환자들을 진료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세계 각국의 환자들이 자국의 병원을 이용하지 않고 한국까지 와서 치료를 받는 이유는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경쟁력은 미국 독일 등 의료 선진국의 90%이상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암 치료, 간 이식, 성형수술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병상 수와 MRI, 로봇 수술기 등 첨단 의료장비 보유율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이사장은 “경쟁 관계의 태국과 싱가포르, 인도 등에 비해 시작이 늦었지만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가벼운 미용성형 및 척추수술에서부터 암과 같은 중증 질환까지 커버하는 의료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한국 의료관광 산업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내다봤다.
물론 숙제도 있다. 특히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식단 개발과 각국 환자들과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전문 통역인력 양성, 의료분쟁 시 문제해결 방안 등이 문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사업단은 이를 위해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고용노동부, 국제의료관광협회 등과 손잡고 2009년부터 외국인 환자들에 대한 언어지원을 위해 의료통역사, 외국인 진료 코디네이터, 국제병원 마케팅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 후 부작용 및 후유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보험회사들과 손해배상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시급하다. 고운세상피부과 안건영 대표 원장은 “최근 의료관광 붐과 더불어 코리안리와 스위스리 같은 국제의료 전문 재보험 회사들이 국내에도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 정부가 나서서 외국인 환자 유치 기관의 보험료 부담을 덜고 국제 의료분쟁의 소지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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