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트랜스젠더兵
오래전 설핏 훑어본 한 태국 역사서에 따르면 맹획(孟獲)은 태국인이었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칠종칠금(七縱七擒)했다던 남만왕 맹획. 역사적 실존 자체부터 불확실한 인물이지만 만일 이 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남만 정벌에 나선 중국의 촉군(蜀軍)에 몇 번씩 깨지면서도 용감히 맞섰던 맹획의 군대야말로 현 태국군의 선조일 터.
그래선지 태국군의 용맹성은 또 다시 중국군과 맞붙은 6·25때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개전 5개월 뒤 한국에 파병된 태국군은 1951년 3월부터 시작된 경기도 연천지구(포크촙 힐)전투에서 1개 소대병력으로 중공군 2개 대대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것. 그래서 붙은 별명이 ‘리틀 타이거’였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태국군 참전기념비에 따르면 태국은 6·25 전쟁기간 중 연인원 1만3000명의 병력을 파견해 1296명의 전사상자를 냈다. 그리고 휴전이 된 뒤에도 1972년까지 중대급 전투병력을 한국에 주둔시켰다. 미군 다음으로 최장기였다. 그만큼 태국군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런데 그 태국군은 오늘날 한국인이 보기에 희한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지만 제비를 뽑아 신병을 충원하는 것. 징병대상 등록자 중 신체검사를 통과한 장정들이 입영지역별로 필요한 인원을 초과할 경우 제비뽑기로 군대에 가거나 영구 면제를 받는다고 한다. 한사코 병역을 기피하려는 한국의 젊은이라면 부러워할 만하다.그보다 더 기묘한 제도는 ‘트랜스젠더병(兵)’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성전환자)도 여군이 아닌 군대에서 받아주는 것이다. 물론 모두 다는 아니고 ‘1형(Type 1)’과 ‘2형(Type 2)’에 한해서.
원래 태국군은 병역법상 트랜스젠더를 ‘심리 이상자’ 또는 ‘성 정체성 혼란자’로 규정해 징집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그러나 이 용어가 차별적이라는 인권단체의 항의를 받자 태국 국방부는 이를 단순히 ‘1, 2, 3형’으로 바꿔 그중 1형과 2형의 입대를 허용키로 했다는 게 방콕 포스트의 21일자 보도다.
이 신문에 따르면 1형은 ‘외형상 전형적인 남성’으로서 1차 징집대상이고, 2형은 ‘가슴 확대수술을 한 남성’으로 1형으로 충원이 완료되지 않으면 2형까지 징집을 확대하게 된다. 3형은 ‘성기까지 전면 수술을 받은 경우’로 당연 면제. 군대에 여군이 늘어나는 게 요즘의 세계적 추세지만 이젠 여군이 아니면서 여성처럼 가슴이 불룩한 트랜스젠더병까지 확산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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