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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차정섭] 새학기 또래관계에 관심 기울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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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학교에 입학하거나 새 학년이 시작될 때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친구들에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극심한 정서적 불안감은 복통이나 두통을 동반하는 ‘새학기 증후군’으로도 나타날 수 있어 가정과 학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2009년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를 통해 상담해온 고민 유형을 보면, 학업이나 진로 상담이 2만6723건(26.7%)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가출이나 학교폭력과 같은 일탈 및 비행문제가 2만320건(20.3%), 친구사귀기 등의 대인관계가 1만3258건(13.2%), 가족 1만654건(10.6%), 성격 1만418건(10.4%) 순으로 나타났다.



대인관계 고민이 청소년들의 전체 상담에서 세 번째로 많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통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2월부터 또래관계에 대한 고민 상담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특히 한두 번쯤 따돌림 당한 경험이 있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청소년들이 또래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인관계

청소년들에게 친구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준거집단이 된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매사에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으로 변하기 쉽다. 친구들에게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심하면 자살이라는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으므로 가정과 학교, 유관기관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또래관계 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친구를 사귈 때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징은 자아 존중감이나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 공감해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 가정에서 자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자녀가 친구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면 대화를 통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환경은 또래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칭찬에 인색한 부모 밑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성장하면서 매사 소극적이고, 또 실수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인정하지 못하고, 감정표현이 서툴러 또래들에게 다가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정 내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보고, 지속적으로 자녀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칭찬과 격려로 자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래집단은 대부분 학기 초에 형성되며, 또래관계의 어려움도 학기 초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또래관계를 파악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개별지도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등 적극 개입이 필요하다.

같은 또래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먼저 말을 걸거나 다가가지 못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등 원만한 또래관계를 지원하기 위해 활동하는 또래상담이 좋은 예이다. 또 또래집단에서 리더역할을 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또래관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 자신감 심어줘야

청소년기에 형성되는 또래관계는 관계를 통해서 다양한 사회적 기술과 갈등해결 기술을 학습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정보를 얻으며, 정서적인 지지를 얻게 된다. 그러나 또래로부터 고립되고 소외된 청소년들은 또래와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사회적 기술을 학습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새 학기를 맞아 가정과 학교, 유관기관이 뜻을 모아 또래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을 파악하고 지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차정섭 한국청소년상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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