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재계 “피해 日기업에 의리 지킨다”
우리 기업들이 사상 초유의 강진으로 신음하는 일본과 일본 기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주요 기업들은 재난지역을 중심으로 구호물자 전달과 성금 모금에 돌입하거나 지원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부는 지진피해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 동종업계에 긴급 수혈을 준비 중이다.
이번 지진과 쓰나미로 최대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는 해안가 주변에 입지한 정유업계. 일본 최대 에너지기업인 JX 닛폰오일앤드에너지(구 신일본석유)는 센다이 등 정유공장 3곳의 가동을 중단했고, 닛폰석유는 7개 공장이 멈춰 섰다. 지바현 이치하라에 위치한 일본의 4위 정유업체 코스모 석유공장 일부도 불에 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지진 발생 직후 이들 업체에 연락해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에 나섰다. 일본 업체들이 들여오는 원유나 필요한 석유제품을 대신 받아주거나 긴급 지원하기 위한 것. 4개 정유업체 관계자들은 “일본 업체들이 아직까지 시설 피해 규모나 수급 차질 정도 등을 파악 중이라 공식적인 요청은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지 업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국내 수급 상황과 저장시설 여력 등을 감안한 범위 내에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업체와 거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업체도 많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천재지변으로 일어난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당장 일본과 거래선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고, 신의상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도 업계 및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일본 지진 사태에 따른 우리 경제의 영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 업계의 ‘반사이익’ 같은 용어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재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나라의 입장을 고려해 달라는 것인데, 정부 부처가 직접 나서 협조를 구한 건 이례적이다.
유통업체인 홈플러스는 14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122개 점포 및 임직원, 고객을 대상으로 ‘일본 지진피해 돕기’ 성금 모금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후쿠시마로 출발하는 여객기 편으로 기내담요 1500장과 컵라면, 생수 등 긴급 구호물품을 실어 보냈다.
경제단체와 주요 기업들은 피해를 입은 일본기업들이 절실히 원하는 지원방안을 찾느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데 공감하고 방법 및 형식에 대해 회원사의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전경련은 15일쯤 허창수 회장 명의로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에 위로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삼성은 일본에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복구 인력을 파견하는 방안 등을 현재 일본 정부와 검토 중이다. LG전자는 위기대응상황실을 꾸려 부품 협력업체의 상황 파악 등에 나서는 한편 계열사별로 일본 지원방안을 취합하고 있다. 현대차와 포스코 등도 실질적인 지원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기업과 정부의 이 같은 분위기는 2년 전 일본이 한국에 보여준 ‘의리’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2009년 3월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3월 위기설’이 파다했다. 한국에 투자했던 일본기업들이 발을 빼는 건 아니냐는 소문도 무성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재무성 다케시타 와타루 재무 부대신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며 위기설을 잠재운 적이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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