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들의 상하이 스캔들] ‘상하이女’ 덩씨는 누구… 한국말 유창한 한인사회 숨은 실력자
“난 덩샤오핑 손녀” 주장… 실체 ‘아리송’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여성 덩(鄧)모(33)씨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 있다. 덩씨가 상하이 외교가에 알려진 대로 중국 고위층 자제인지, 단순히 미모를 이용해 정보를 입수한 스파이였는지 정확치 않은 상황이다.
차기 권력자의 양녀, 과거 권력자의 손녀?=외교 소식통은 8일 “덩씨는 사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을 양아버지라 부를 정도로 중국 내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태자당(太子黨)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태자당은 1997년 사망한 덩샤오핑(鄧小平)의 자녀 및 사위를 비롯해 중국의 당·정·군·재계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덩씨는 덩샤오핑의 손녀라고 주장하며 한국 교민사회를 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덩씨를 아는 외교관들은 그를 상하이 권부 깊숙이 접근할 수 있는 실력자로 인정하고 있다. 상하이 당서기나 시장과 친분이 두터우며 다양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입을 모은다. 그를 거치면 공식적인 루트로 해결이 어려운 일도 일사천리로 해결됐다고 전했다. 덩씨는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상하이 영사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스파이, 브로커, 중국 당국의 비공식 메신저=덩씨가 중국 당국과 관련된 스파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한국인 남편 J씨가 덩씨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발견한 자료가 한국 고위정치인의 비상연락망과 총영사관 내부 문서들이기 때문이다. 덩씨가 미인계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다.
덩씨는 실제로 한국 외교관들에게 접근해 친근한 모습의 사진을 찍어 보관해 왔다. 사진을 추후 외교관 협박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품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외교관들에게 성추문이 치명적이라는 점을 악용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를 아는 일부 외교관들은 그녀가 중국 당국과 한국 기업을 잇는 가교역할을 했으며,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였다고 주장한다.
덩씨가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는 K씨는 “덩씨는 한인 사회, 한국 기업과 (중국) 정부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며 이권을 챙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녀가 브로커로 나선 시점은 남편 J씨의 주장대로 덩씨의 외삼촌이 상하이 당서기로 왔다는 2007년쯤으로 추정된다. 상하이 교민사회에서는 비자 브로커로도 알려져 있다.
산둥성 출신의 한국 유학파, 실체는 남편도 몰라=덩씨는 한국말을 꽤 유창한 수준으로 구사한다고 외교관들은 전했다. 그녀는 산둥(山東)성 출신으로 20대 초반 한국에 유학 온 경험이 있다. 노래방에서 한국 노래만 몇 시간씩 부를 정도로 한국 대중가요도 많이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코코’란 애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덩씨는 2001년 중국에서 일하던 J씨와 결혼해 딸을 낳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 대한 지식도 풍부했다. 하지만 J씨 역시 덩씨의 실체와 그동안의 행적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덩씨의 정체를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인인 덩씨를 우리 정부가 직접 조사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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