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티끌 모아 태산
자린고비는 다라울 정도로 인색한 구두쇠로 통한다. 자린고비가 조기를 천장에 걸어 놓고 밥 한 술에 한 번씩만 쳐다보자고 했다거나 두 번 쳐다보는 식구에게는 “얘 너무 짜다, 물 마셔라”고 불호령을 내렸다는 등의 전설 같은 이야기도 들린다.
충북 중원군(현 충주시)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전해온다. 조륵(趙肋·1595∼1649)이란 이가 전설처럼 구두쇠 노릇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게 해서 모은 재물을 이웃을 위해 썼다 하여 자인고(資仁考)로 불렸다는 것이다. 훗날 사람들이 조륵을 기려 자인고비(碑)를 세웠는데 이게 자린고비로 와전됐다는 얘기다(중원군, ‘내 고장 전통 가꾸기’ 중에서).
검소·절약과 인색은 같은 듯해도 많이 다르다. 아껴 쓰는 노력은 같지만 절약과 검소가 그 일을 통해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것이라면 인색은 아껴 쓰는 것이 곧 목적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검소한 이는 칭송하지만 인색한 이에겐 등을 돌린다.
독서를 좋아한다면 책값을 줄이기 위해 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있고 서점에서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전화요금을 생각하면 용건만 간단히 짧게 말할 수도 있고 자기 용건임에도 상대편에게 되걸게 하는 방법도 있다.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와 가능하면 다른 사람 차를 얻어 타려는 이의 차이도 있다. 전자가 검소·절약이라면 후자는 인색이다.
지난 압축성장은 우리 사회 특유의 검소·절약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1962년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됐으나 투자할 돈이 모자라 1차 5개년계획은 대폭 수정되는 지경이었다. 이후 어렵사리 외자를 들여와 경제개발은 궤도에 올랐고 성장의 열매가 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아끼고 또 아꼈다. 절약한 돈은 다시 산업현장으로 투입되면서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졌다.
저축률은 1962년 11%에서 1988년 40.5%까지 올랐을 정도다. 이후 저축률은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한다. 경제규모 확대와 더불어 씀씀이가 커지면서 저축률 감소는 당연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저축률은 한 자릿수로 급락, 급기야 지난해는 2.8%를 나타냈다. 이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지나치게 상아젓가락(象箸)에 옥술잔(玉杯)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고령사회가 곧 밀어닥칠 텐데 쓸 곳은 많고 주머니는 텅텅 비었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티끌 모아 태산의 교훈을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할 때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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