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체벌 금지후 도입한 중·고교 전문상담원제…프로그램 부실 ‘성찰교실’은 개점휴업
지난 4일 찾아간 서울 신당동 장원중학교 성찰교실. 창문에는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를 쳐놓았다. 하지만 이날 오후 성찰교실을 찾은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이 학교 3학년 김모(14)군은 “지난 학기에 수업시간에 혼나서 몇 번 간 적이 있다”며 “자신의 고민을 써넣는 종이가 있지만 학생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체벌 금지 대안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중·고등학교에서 실시 중인 전문상담원제도가 준비부족으로 겉돌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2학기에 중학교 118곳과 고등학교 90곳에서 시범실시한 데 이어 이번 학기에는 전문상담인력 542명을 뽑아 서울시 모든 중학교와 일부 고등학교로 확대 실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예산, 인력 등의 문제로 인해 상담 준비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특히 개학을 10여일 앞둔 지난달 하순에 갑자기 전문상담제도를 전면 실시키로 했다면서 상담원을 채용토록 일선학교에 통보했다. 따라서 각 학교는 불과 며칠 만에 상담원을 급하게 뽑아놓은 상태여서 상담 프로그램 운영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장원중 생활지도 담당 설모 교사는 “시교육청으로부터 이번 학기 전문상담원을 채용하라는 공문이 지난달 22일에야 내려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시범실시 당시에도 일선 학교들이 전문상담원을 한 달짜리 계약직으로 선발해 ‘학생들을 제대로 상담하려는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졸속 추진하다 보니 성찰교실이 없는 학교들도 적지 않다. 성찰교실은 등교나 시험거부, 가출 등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격리해 전문상담원과 함께 음악심리치료와 연극놀이치료 등을 통해 태도를 바꾸도록 하는 공간이다. 서울 대방중 이모 교사는 “원칙적으로는 별도의 공간에 성찰교실을 만들도록 했지만 예산이나 공간 문제가 여의치 않아 장소를 마련하지 못한 학교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교의 김모 교사는 “전문상담원이 배치됐지만 성찰교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교사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성찰교실 설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까지 시범실시만 하는 줄 알았다”며 준비부족을 시인했다.
운영 예산도 문제다. 학교 측은 “인력만 뽑아놓고 예산을 주지 않으니 심리 치료에 필요한 검사 도구를 살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학교의 의지가 있다면 예산은 얼마든지 재량껏 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갑작스럽게 제도를 도입한 시교육청이 정책 실효성에 대한 고민 없이 모든 책임을 일선 학교에 떠넘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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