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화가 서용선 개인전 ‘시선의 정치’… 美·호주·독일서 만난 도시 문명 풍경들

Է:2011-03-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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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화가 서용선 개인전 ‘시선의 정치’… 美·호주·독일서 만난 도시 문명 풍경들

조선왕조 비운의 왕 단종과 한국전쟁 등 역사적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삼아 온 서용선(61) 작가의 그림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그러면서도 산업화된 도시와 인간 군상을 그린 연작에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명암을 강한 색채로 풍자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이런 작업에 매달려오던 그가 2000년대 초부터 미국 뉴욕과 호주 멜버른, 독일 베를린 등 해외 도시로 눈을 돌려 신작을 내놓았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오는 9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시선의 정치’는 본관과 신관에 걸린 회화, 야외 설치작품까지 총 42점을 통해 도시 변화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온 작가의 시선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접점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현대 문명이 집약된 뉴욕에서는 육중한 쇳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사람들을 토해내는 지하철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통제하면서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교통수단”이라며 “그 중에서도 대량으로 실어나르는 지하철이야말로 지금 시대의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고 작업 의도를 설명했다. “서울지하철이 타일로 단장한 대중목욕탕 같다면, 뉴욕지하철은 더럽고 지저분하면서도 실용적인 느낌”이라는 그는 “사회 제도에 따라 그 이미지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에서는 도시가 가진 색(色)의 느낌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같은 원색이지만 멜버른의 풍경을 그린 그림의 색은 특유의 강렬한 느낌 대신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곳이라 흰색과 녹색이 섞인 유럽식 건축물이 많기 때문이다. 한지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것도 파스텔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데 한몫했다.

신관 전시장 1층과 지하 2층 사이 벽면에 걸린 가로 6m, 세로 4m짜리 대작이 단연 눈길을 끈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과 티어가르텐(베를린의 공원), 독일이 2차 대전에서 패망하고 난 후 소련에 지급한 배상금으로 만들어진 소련군 병사의 동상, 국회의사당, 포로수용소 등을 한데 모은 그림으로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전쟁과 갈등의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베를린 장벽 붕괴 전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드나들 수 있었던 유일한 통로였던 검문소 ‘체크포인트 찰리’가 지금은 박물관이 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 모습을 바라본 작가는 과거의 산물이 이제는 기념물로 변한 독일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며 그림을 그렸다. 옛 동독의 베를린 성당을 그린 작품은 독일 건축에서 느껴지는 육중함과 장중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 정릉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힘든 청소년 시절을 보낸 후 서울대 회화과에서 그림을 공부한 작가의 작품 속에는 도시와 사회, 그리고 인간 본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이번 전시 서문을 쓴 정영목 서울대 교수는 “그가 그린 사람과 도시, 또는 그 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풍경들은 우리의 시선을 거기에 머물게 하는 힘이 있으며,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말하려는 듯 매우 함축적이다”라고 평했다(02-720-152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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