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호의 아프리카] 소심증과 혁명

Է:2011-03-0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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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호의 아프리카] 소심증과 혁명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로 불리는 심리학자 프란츠 파농의 저서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 보면 비거 토마스라는 이름의 흑인 청년이 나온다. 때는 바야흐로 혁명 전야. 비거의 어미는 제 아들에게 그간 폭정과 야만적 통치를 일삼아온 백인 주인을 교살하고 당당히 자유민임을 선포하라고 닦달한다.

“전 못 해요, 어머니.” “왜 못 해?” “제가 백인들에게 어떻게 총질을 해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 중 최초로 독립국가 지위를 획득한 나라는 가나다. 황금처럼 아름다운 해안을 갖고 있어 ‘황금해안’이라 불리던 가나는 기나긴 투쟁 끝에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다. 가나의 독립에 크게 고무된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로부터 몇 년 후 가나와 동일한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혹자는 이 시기 아프리카인들이 이룩한 독립을 ‘깃발만의 독립’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백인 주인에서 흑인 주인으로 위정자의 피부색만 바뀌었을 뿐 나머지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조롱에 가까운 이 말은 아프리카가 진정 거듭나려면 백인 주인을 몰아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을 품고 있다. 적을 부정하면서 적을 닮아가는 흑인 주인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아프리카에 진정한 미래가 없다는 경고였다.

독립 이후 아프리카에서 벌어져온 상황을 들여다보면 불행히도 위의 예단이 사실로 돼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파농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압축한다. 하나는 비거 같은 청년의 소심증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적을 부정하면서 적을 닮아버린 소위 ‘친밀한 적’에 대한 무감각한 관용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 그는 자구적 의미의 ‘폭력’ 사용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그 예로 외인부대의 군홧발에 짓밟힌 조국을 구하기 위해 베트남 청년들이 눈을 밝히며 총을 들지 않았다면 독립국가 베트남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금 북아프리카에서 불고 있는 시민혁명의 바람도 매우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 시민들이 마침내 비거의 소심증을 극복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친밀한 적이 교활하게 내면화한 공포를 그 주인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고 있다고 본다.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바람을 지켜보면서 상상해봤다. 이 회심의 바람이 원칙과 정도가 없어 바나나 공화국들의 집합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궁벽한 아프리카 대륙 구석구석에 몰아치는 것. 나아가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대륙에도 그 열기를 뿌리는 것. 그래서 독재와 공포정치, 부정과 부패를 통치의 기본으로 삼는 위정자들이 비거의 소심증에도 인내의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을.

이석호 (아프리카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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