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의 새롭게 읽는 한국교회사] (1) 대장정에 돌입하며
이 땅에 복음이 왔다, 그날 이후…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언제쯤 기독교 복음이 전해지고 어떻게 수용되어 왔을까? 성령 하나님은 누구를 통해 이 나라에 복음을 전하게 하시고 쇄국의 녹슨 빗장을 열게 하셨을까?
기독교가 한국에 소개된 후 이 민족의 역사와 문화 속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우리의 삶과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켜 왔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앞으로 6개월 동안 우리 민족 역사의 뒤안길을 헤쳐가며 한국교회의 역사를 추적해 보고자 한다. 한국교회의 역사를 추적하는 일은 우리 가운데 일하신 성령 하나님의 사역을 추적하는 거룩한 학문이다.
전통적으로 교회사를 ‘그리스도께 속한 공동체의 역사’라고 말해 왔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골 1:24)이라고 정의했던 바울의 가르침을 따라 교회사를 이렇게 정의한 것이다. 유대인으로 베를린대 교회사 교수를 역임했던 니안더(August Neander·1789∼1850)는 교회사를 지상에서의 ‘하나님 나라의 역사’라고 말해 왔고 이런 정의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 왔다. 니안더의 정의를 따른다면 한국교회사는 ‘한국에서의 하나님 나라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토렛(K S Latourette·1884∼1968)은 교회사를 ‘기독교 확장사,’ 곧 ‘선교의 역사’로 이해했다. 이런 그의 인식 때문에 그는 7권으로 쓴 기독교회의 역사를 ‘기독교 확장사’라고 불렀다. 그의 관심사는 기독교 신앙 운동과 사상이 그 처한 주변 문화와 어떤 상호 작용을 거쳐 발전해 왔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 글에서도 이런 점에 주목하면서 한국에서의 교회의 역사를 간명하게 정리해 둠으로써 오늘의 현실에서 지난 역사를 반추하며 또 내일의 한국교회를 전망해 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부족하지만 필자는 그동안 역사를 공부하면서 교회사란 다름아닌 ‘신앙고백문서’라고 생각해 왔다. 국경분쟁의 와중에서 역사가 토지(土地)문서이듯 교회사는 그 시대 하나님의 백성들이 무엇을 믿어 왔는가에 대한 기록, 곧 신앙고백문서라고 할 수 있다.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세종실록 지리지 50쪽을 비롯한 여러 기록(documents)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회의 역사란 우리의 선조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며 무엇을 믿어 왔던가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의 선진들이 무엇을 믿고 어떻게 반응해 왔던가에 대한 역사 기록은 오늘 우리와 다음 세대 사람들을 교훈하는 정신적 유산이 되기에 역사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한국교회 역사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한국교회는 세계 다른 나라의 교회들과 다른 그 무엇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가 ‘한국교회’라고 말할 때 한국교회는 다른 나라의 교회와 근본적으로 다른 고유성(proprium coreanum)이 존재하는가? 이를테면 ‘한국교회’는 ‘미국교회’ ‘영국교회’ 혹은 ‘화란교회’ 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어떤 독자적인 일면이 있을까? 만일 ‘한국교회’의 고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역사가 오랜 서양교회 전통과 단절될 위험이 있고, 반대로 우리 민족 문화와 역사가 갖는 고유한 특징을 부정하면 한국교회의 독특성을 간과하는 잘못을 범하게 될 것이다.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기독교 복음이 각기 다른 문화권으로 전파되면서 각기 다른 성격의 기독교 문화를 형성한 것이 보여주듯 동일한 복음이지만 그것을 수용한 문화적 배경에 따라 상이한 문화 전통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개별 교회의 고유성과 독특성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별 교회의 고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과도한 ‘민족교회론’으로 빠지기 쉽고, 반대로 고유성을 무시하면 개별 교회의 독특성을 드러내지 못한다. 따라서 고유성과 보편성, 양자를 균형 있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점에서 복음(기독교)의 보편성과 기독교 복음을 받아들이는 나라의 문화적 특수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역사의 강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본류는 지류를 형성하고, 지류는 다시 본류로 통합된다. 굽이치는 강줄기가 지류로 흩어지다가 다시 그 지류가 합류하여 대하(大河)를 이루는 긴 여정을 보면 그 어떤 나라의 역사도 역사의 큰 강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개별 나라의 특수성은 보편성의 한계 안에 있고, 보편성은 개별 교회의 특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교회의 독특성을 보면서도 역사가 오랜 서구교회 전통에서 복음의 보편성을 헤아려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근거에서 서양교회사를 한국교회사의 눈으로 인식하고, 한국교회사를 서양교회적 전통으로 헤아려보는 원근법적 안목이 필요하다. 나는 이런 관점을 통합사적 접근이라고 불러 왔다. 이런 안목으로 역사를 읽을 때 아집이나 독선에 빠지지 않게 된다. 그러면 성령 하나님은 언제 누구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한반도에 복음을 전하게 하셨을까? 이 이야기로부터 우리의 긴 여행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상규
◇프로필=이상규(60) 교수는 고신대, 호주 장로교신학대를 거쳐 호주신학대학(ACT)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칼빈신학교 방문교수, 호주 매콰리대 고대문헌연구소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고신대 신학과 교수로 교회사학을 담당하고 있다. 통합연구 학술상(1992), 한국교회사학회 학술상(2010), 기독교문화대상(2011) 등을 수상했다. ‘의료선교의 역사’ ‘부산지방 기독교 전래사’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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