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봉사 부창부수 권문희 장로·임명자 권사 부부 “어르신 발 주무르면 내 손이 더 시원해요”
“오늘 목사님이 심방을 오셨는데 설교를 너무 길게 하셔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몰라요. 늦어도 3시까지 가야 한다고 계속 말씀드렸어요. 일주일 동안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연두색 조끼를 입은 10여명의 무리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른 10여명의 노인들이 박수를 치며 반갑게 맞이한다. 이곳은 서울 월곡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 할머니 1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다가 서울 영광교회 발사랑봉사팀을 맞아주었다. 매주 목요일은 발사랑봉사팀이 경로당을 찾아와 발마사지를 해주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건장한 권문희(66) 장로가 눈에 띄었다.
이날도 아내 임명자(64) 권사와 함께 노인들의 발을 정성스레 주무르고 있었다. 권 장로는 살갑게 할머니한테 말을 건네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조명자(86) 할머니는 “세 번 받았는데 밤에 쥐가 안나 살 것 같다”며 “마사지를 받기 전에는 밤이면 쥐가 나 아픈데도 며느리, 아들 깰까봐 소리도 못 냈다”고 말했다. 말을 하면 만져주겠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들어와 힘든 아이들에게 차마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사고로 몸속 여기저기 박힌 철심 때문에 신체적 접촉을 꺼려 처음에는 발마사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봉사팀에서 조심스럽게 마사지를 해줘 이제는 걱정하지 않고 발을 맡긴다고. 봉사팀은 20∼30분간의 마사지가 끝나고 두 군데의 경로당을 더 방문했다.
발사랑봉사팀은 지난해 강사를 초빙, 교회에서 교육받았다. 권 장로 등이 발혈치유사 자격증을 따면서 봉사가 시작했다.
권 장로는 “처음에는 할머니들이 쑥스러워하며 마사지를 받지 않았다”며 “한두 번 받고 발저림 증상이나 쥐나는 것이 없어지자 지금은 우리를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고 전했다. 영광교회 전도위원회 위원장으로 봉사팀을 이끌고 있는 권 장로는 전도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자랑했다.
“발을 만지는 동안 몸이 편해지니까 제 말을 다 들어줘요. 마사지를 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어 좋아요.”
그는 아내와 함께 누구보다 전도에 열심을 다한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의 영혼을 구원해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분들은 청년 전도에 더 힘쓰지만 저는 노인 전도에 더 중점을 둡니다.”
임 권사도 발에 쥐가 나 고생하다 권 장로에게 마사지를 받은 후 좋아졌다. 그는 “이렇게 좋은 것을 나만 받을 수 없어 발마사지 봉사를 함께 다닌다”고 말했다.
권 장로는 발 마사지 봉사 외에도 수요일 미용봉사, 부친 해물전 나누기, 음료수 나눠주기 등 각종 전도 봉사를 한다. 영광교회에서 20여년 사역하고 있는 김성제 담임 목사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에 열심인 권 장로가 있어 든든하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권 장로는 이뿐만 아니라 목요일 오전에는 반찬배달 봉사를 한다. 생명의 전화에서 성북구 지역의 독거노인,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일주일에 한번 반찬을 나누는 일에 6년째 참여하고 있다. 처음 교회 성도를 따라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는 반찬배달을 나가서도 발마사지를 해주거나, 말을 건네고, 위로하며 읽을 책을 갖다 준다.
“처음에는 덩치 큰 저를 보고 놀라고 경계하셨어요. 계속 하다보니 이제는 제가 올 시간이 되면 기다렸다가 볼 일을 보러 나갈 정도가 됐어요.”
그는 봉사하는 중에도 7년 전부터 공원관리 일을 하고 있다. 공원 청소, 노숙자 돌보기 등의 계약직 일이다. 일주일에 이틀을 봉사해야 하는 그로서는 이보다 좋은 일이 없다. 올해는 아직 재계약 연락이 없어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
권 장로는 지난해 89세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발을 한번도 만져드린 적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부모님 같은 노인분들의 발을 더욱 정성스럽게 만지고 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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