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외면한 불편한 진실… 베니스비엔날레 최연소 참여… 문성식 ‘풍경의 초상’展

Է:2011-02-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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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외면한 불편한 진실… 베니스비엔날레 최연소 참여… 문성식 ‘풍경의 초상’展

2005년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하면서 주목받았던 문성식(31·사진).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4월 7일까지 2006년 첫 개인전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장지 위에 세필로 그린 회화와 연필로 그린 드로잉 등 5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이전의 작업과는 확연히 달라진 느낌이다.

이전에는 마치 무대처럼 한정된 공간을 설정하고 그 위에 인공적 느낌의 정원을 그렸다면 ‘숲의 내부’ 등 최근작들은 시작과 끝이 구분되지 않는 긴 화면으로 작업했다. 붓 터치도 달라졌다. 작가는 “이전 작업이 벽돌처럼 쌓아서 노골적으로 드러낸 터치였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화면에 진흙을 으깨듯 붓질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로 질감에 변화를 주고 평면에 깊이를 더했다.

‘풍경의 초상’이라는 전시 제목대로 자연 풍경을 대상으로 하되 초상화를 그리듯 세밀한 표정들을 담았다. 경북 김천이 고향인 그의 작업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억들, 그리고 주변에서 마주치는 풍경에서 모티브를 얻는다. 전시작 가운데 화면을 온통 검은색으로 칠한 ‘밤의 질감’은 서울 부암동 작업실을 오가며 마주쳤던 인왕산의 밤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낮 동안 존재했던 모든 사물들이 밤이 되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풍경에서 어둠의 존재에 대해 일종의 신비감을 느꼈다고 한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어둠을 눈에 보이는 존재로 표현하기 위해 가로 3m, 세로 1.5m 정도의 종이 전체를 검게 칠하는 노동을 스스로 택했다. 나뭇잎 사이에 깃든 어둠의 숭고함을 물질화하려는 시도다.

산속에서 올무에 걸린 고라니의 울음소리를 들었던 경험을 그림으로 재구성한 ‘밤(Night)’이나 기차를 타고 천안아산역을 지나며 봤던 풍경에서 모티브를 얻은 ‘무심한 교차’ 같은 작품들은 작가에게 어딘가 불편하게 남아있는 기억들을 표현한 것이다. 도시와 자연의 접점에 놓인 서울 근교의 풍경들은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는 곳이다.

전시의 또 한 축은 연필 드로잉이다. 간결한 연필의 멋이 좋다는 작가는 의식의 한 켠에 엉겨붙어 있는 추억들을 꼼꼼하게 그려낸다. 어느 한여름 할머니의 초상을 치르고 바라본 밤하늘과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 등의 기억을 한 화면에 모은 ‘별과 소쩍새 그리고 내 할머니’는 죽음과 축제라는 상반된 풍경을 들려준다.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그린 ‘청춘을 돌려다오’는 영화 ‘마더’의 주인공(김혜자)이 춤추는 마지막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 어릴 적 외갓집 잔치에서 춤을 추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싫어서 마음 속에 생생하게 각인됐다는 것이다. 작가의 할아버지를 그린 작품도 있는데 전시 개막(24일) 하루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그림들이 복잡다단한 삶의 표정을 돌아보게 한다(02-735-8449).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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