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임항] 헌법을 배웁시다

Է:2011-02-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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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임항] 헌법을 배웁시다

중동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의 해일이 어디까지 덮칠지 알 수 없다. 오일머니와 이슬람 교리를 바탕으로 견고하던 왕좌가 갑자기 불안해 보인다. 아마도 왕족들은 한동안 잠자리에서 발을 뻗지 못할 것 같다.

이집트 혁명 성공의 한 요인으로 속도와 효율성이 높은 정보전달 수단의 보급을 꼽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정부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과 그것을 확산시키는 언론 환경 및 시민의식이 확보되지 않았더라면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적극적·비판적으로 미디어를 수용하거나 활용하는 권리의식이 중요한 것이다.

이집트가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더라도 부패에 대한 견제와 정치·경제적 자유를 제도화하는 일은 더 어렵다. 우리나라도 경험했고, 경험하듯이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렵다는 경구는 중동에도 적용될 것이다. 그 어려움의 한 요인은 정치뿐 아니라 삶의 많은 부분을 좌우하는 기존이념의 끈질긴 생명력이다. 이념은 내면화돼 있기 때문에 영구불변의 것이라고 구성원들이 느끼기 쉽다. 그것을 깨기 위해서는 더 근원적인 표현의 자유가 구가돼야 한다. 긴 안목에서 보면 이념도, 권력과 체제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결국 짧고 무상하다.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 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강연 등에서 한 말이다.

이런 상대주의적 인식은 언론 또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만들어진 배경에도 깔려 있는 생각이다. “연방 의회는 (…) 언론·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롭게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이 기념비적 조항에 담겨 있는 정신은 다채로운 생각이 개인이나 국가(기관)의 이익과 명예에 짓눌려 갇혀있지 않고 사상의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때 결국 인간의 행복에 기여한다는 믿음이다.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의 행사는 그로 인해 다른 공익이 희생되더라도 해악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판례가 확립돼 있다. 동시대인에게는 아무리 저열하고, 음란하고, 심지어 체제전복적인 발언, 기사, 작품이라도 후세대에는 인류발전에 기여할 씨앗을 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언론자유의 이런 근본적 취지에 비춰볼 때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40대 남성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이나 인터넷상의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자고 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언론자유를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할 것이다.

압축적 민주화 과정을 겪은 우리나라 국민은 자라면서 국가에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 즉 국민의 4대 의무는 잘 외우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실생활과 관련해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헌법에는 의무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와 권리가 명시돼 있다.

100여년 전 일본 제국의회 의원이었던 다나카 쇼조(田中正造)는 한 구리광산의 독성오염 사태에 맞서 죽음을 각오하고 천왕에게 광산폐쇄를 요구하는 직소를 했다. 다나카 의원은 신민(臣民)들의 삶을 편하게 하고, 그들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비추어 광산의 오염행위가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이 소개한 일화에 따르면 다나카 의원은 일본 국민이 모두 하루도 빠짐없이 헌법을 읽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에게도 살아 숨쉬는 헌법교육이 필요하다. 예컨대 다른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한 보루로써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지를 각국 사례를 통해 공부하고 교내 언론활동이나 역할극을 통해 체감케 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지지를 잃고 있는 교원노조가 이런 캠페인을 펼치면 어떨까.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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