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족문화의 원형을 찾아서’ 답사 현장을 가다

Է:2011-02-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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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족문화의 원형을 찾아서’ 답사 현장을 가다

후손에 독해 숙제 남긴 ‘형이상학적 암각화’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해 11월 개최한 한국암각화 발견 40주년 학술대회의 후속으로 지난 16∼18일 ‘한국 민족문화의 원형을 찾아서’ 답사를 진행했다. 선사시대 미술이 이후의 미술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검토하고 각 지역 암각화 관리 실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동행 취재를 통해 암각화 연구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구구한 해석…연구는 초보 단계=답사지는 울산 대곡리(반구대)와 천전리, 경주 남산, 고령 양전동과 안화리, 영주 가흥동 유적지 등이었다. 고령 지역 및 천전리, 영주 지역에서는 비교적 보존 상태는 양호하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마름모꼴 문양의 암각화가 되풀이 나타났다. 이 마름모꼴 암각화를 둘러싸고선 칼 손잡이, 얼굴 모양, 부족의 문장 등으로 해석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암각화를 비롯한 선사미술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불분명함’이다. 문자가 없고 유적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의존할 것은 연구자 개개인의 역량이나 해외 연구 사례 정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삼국시대 신라 왕족이었던 입종 갈문왕(진흥왕의 생부)이 이 분야의 선구자라는 점. 갈문왕은 천전리 암각화를 발견하고 바위 아래쪽에 ‘서석(書石·글씨가 써 있는 돌)’이라는 글씨를 남겨놓았는데, 몇몇 글자가 파손된 것을 제외하면 1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생생했다. 바위 위의 형이상학적인 문양이 신라인에게는 상형문자라도 되는 듯 보였을까.

암각화가 삼한(三韓) 발생 이전 사람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유적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관심이 적은 게 사실이다. 학자들끼리의 구구한 공부에도 우리나라 암각화 연구 수준이 아직 초보 단계라는 점이 이유 중 하나다. 반구대에서 암각화가 처음 발견된 지 40년밖에 지나지 않아, 무엇을 암각화로 볼 것인가의 문제부터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답사를 주도한 동북아역사재단의 장석호 연구위원은 “학계에서 토론과 논의를 통해 잘못된 학설을 수정하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암각화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풍화작용 견뎌도 인간의 훼손 못 버텨=현재 암각화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보존이다. 보존의 가장 큰 적은 ‘세월’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림의 가치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돌을 채취하는 일이 잦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암각화는 대개 평평하고 널찍한 바위 위에 그려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곡리, 천전리, 양전동 등지에서 한 번 암각화가 그려졌던 자리에 더 진한 선으로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는 사례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경주 남산 삼릉골 마애 육존불상이 새겨져 있는 암벽에는 형태를 알 수 없는 희미한 바위그림이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현존하는 유적들이 수천 년의 풍화작용을 견뎠다는 게 장하다. 그토록 오래 보존될 수 있었던 건 암각화를 남긴 선사시대 사람들의 지혜 덕분이었다.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아래를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진 바위나 지붕삼을 수 있는 다른 바위가 있는 바위에다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새겨진 암각화들은 일부러 훼손하지 않는 한 풍화작용에도 안전했다. 이런 관습은 신라시대까지 이어졌다. 장 연구위원은 “인위적인 암음(岩陰·바위그늘)을 만들거나 굴을 파 불상을 안치한 유적들은 암각화에서 내려온 전통”이라고 말했다.

풍화작용보다 위험한 게 현대인들의 손길이다. 알려진 대로 사연댐 건설로 인한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은 이미 심각한 수준. 수위가 낮아 바위그림 바로 앞까지 접근할 수 있었던 지난 16일에도 도면의 도움 없이 육안만으로 암각화의 형체를 확인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울산 암각화박물관 이상목 관장은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보존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댐 건설 같이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한동안 성행했던 연구자들의 탁본 작업 역시 유적 훼손의 원인 중 하나였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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