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아시안컵 일본 우승 주역, 재일교포 이충성
“골 세리머니로 유니폼의 LEE 가리킨 건
한국 출신 자부심 갖고 당당하게 나가자는 뜻”
“귀화했지만 성(姓)과 이름을 바꾸지 않았던 것은 재일교포로서의 자부심 때문이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한국 출신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살겠습니다.”
2011 아시안컵 일본 우승의 주역 이충성(26·산프레체 히로시마)이 17일 일본 미야자키 쉐라톤 호텔에서 아시안컵 우승 이후 처음으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경기 후 간단히 대화한 적은 있지만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힌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마음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재일교포 출신인 이충성은 2004년 한국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 뽑혀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지만 적응하지 못해 일본으로 다시 건너가 국적을 바꿔 일본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다.
이충성은 지난달 말 아시안컵 일본과 호주의 결승전에서 0-0이던 연장 전반 8분 왼쪽 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왼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시켜 일본에 우승컵을 안겨줬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골 세리머니 도중 자신의 등 뒤에 있는 ‘LEE’라는 성을 가리킨 것이다.
이충성은 이에 대해 “재일교포로서의 자부심 때문에 그랬다”고 했다. 그는 “비록 귀화했지만 성과 이름까지 바꾸는 것은 싫었다.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앞에 나가자. 나와 비슷한 후배들에게 길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미로 유니폼 뒤에 있는 LEE를 가리켰다”고 강조했다.
이충성은 자신과 같은 재일교포 후배들의 일본 귀화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선택을 당부했다. 이충성은 “어떤 게 옳은 길인지 나도 사실 모른다. 후배들이 나뿐 아니라 정대세나 추성훈, 안영학 등 일본에서 뛰는 한국인을 두루 보고난 후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한국 국적이지만 북한 대표팀으로 뛰고 있고, 안영학은 북한 국적이다. 추성훈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국적을 바꿨다.
이충성은 한국에서도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일단 이탈리아나 독일, 프랑스리그로 진출하고 싶다”면서도 “K리그에서 제의가 온다면 정말 기쁘겠다. 나를 좋게 평가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내 축구 인생 중에 꼭 한국에서 뛰는 날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충성은 끝으로 일본 대표팀 선수로서 한·일전에 뛴다면 국적이 아닌 축구선수로서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충성은 “내 고향은 한국과 일본 두 곳이다. 고향을 두 곳 가지면 안 되는가. 지금까지 한·일전에 나간적은 없었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한국과 일본 선수가 아닌 축구선수로서 출전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충성은 다소 어눌하지만 또렷한 한국말로 자신의 심정을 차분히 밝혔다. 정이 많은 청년이란 인상을 풍겼고 말로 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국내 축구리그에 오겠다는 의지도 강한 것으로 보였다.
미야자키=글·사진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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