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이강렬] 동토에서 잠 못드는 영혼들

Է:2011-02-17 20:01
ϱ
ũ
[여의춘추-이강렬] 동토에서 잠 못드는 영혼들

원혼의 사전적 의미는 ‘분하고 억울하게 죽은 이의 넋’이다.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불의의 사고 등으로 편안한 죽음을 맞지 못한 사람들의 영혼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6·25전쟁때 이름 모를 계곡에서 죽은 젊은 병사들이나 일제시대 남태평양 군도, 사할린 지역 등에서 징병·징용으로 끌려가 고단한 삶을 마친 이들이다. 흔히 사람들은 이런 영혼들이 안식을 얻지 못하고 원통함에 구천을 떠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혼비를 세우거나 시신을 찾아 고향에 묻어줌으로써 한을 품지 않도록 영혼을 달랜다.

최근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 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총리실 산하 기구가 ‘시베리아 억류 조선인 포로 문제 진상보고서’를 내놓았다. 일제가 전시하에 1938년 육군특별지원병제도를 실시하고 태평양전쟁 막바지인 1944년부터 만 20세 이상 조선인 청년들을 끌어가 침략전쟁에 희생물로 만들었다. 이 가운데 중국 동북지역을 침탈했던 일본 관동군에 배속된 조선인 청년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조선인 포로 사망자 60여명

1945년 8월 15일 일제가 항복하기 직전인 8월 9일 대일선전포고와 함께 중국 동북지역을 장악한 소련군은 일본군 포로 60여만명을 무장 해제시켜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일대 2000여개의 포로수용소에 억류했다. 이들 포로 가운데 조선인은 약 1만명으로 추산되며, 60명 이상이 돌아오지 못하고 죽어 동토 시베리아에 묻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선인 시베리아 억류자와 사망 희생자 수에 대한 기록은 다양하다. 러시아 군사기록 보존소에 있는 조선인 포로 3000명의 신상카드, 중국정부가 작성한 조선인 대상 억류자 등기표, 일부 국내언론사가 1995년 밝힌 시베리아 억류 조선인 명단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일반적으로 소련군에 억류된 관동군 포로 60여만명 가운데 약 10%인 6만여명이 사망했고 소련과 몽골정부는 1991년 약 4만6000명에 이르는 관동군 사망자 명단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 이 가운데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수는 60∼70명에 이른다.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인적사항이 파악된 사망자는 58명이고 이들은 사망일시와 매장지까지 정확하게 확인된다. 이들은 1884∼1928년 출생자로 1944∼55년 사이에 사망했으며 두 명의 군속과 병, 하사관 그리고 중위 계급 장교도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지난 2009년 2월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조선반도 출신자 매장지 일람’ 등 2건의 자료를 넘겨받았다. 여기에는 수용소 및 매장지별 사망 조선인 숫자와 매장지 상황, 그리고 12명 사망자 개인번호 및 이름이 기재돼 있다. 이들은 바이칼호 동남쪽에 자리한 부랴트 자치 공화국에 모두 묻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와 달리 오래전부터 시베리아에서 사망한 관동군 포로 유골 봉환을 위한 지속적인 조사를 시행해 왔다. 추측하건대 일본 정부는 조선인 사망자 명부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는 향후 지속적으로 일본 정부와 협상을 통해 이 자료를 넘겨받아 시베리아 억류 조선인 사망자와 포로 실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 봉환은 대한민국 의무

정부는 인적사항과 매장지가 파악된 시베리아 억류 조선인 포로 12명 유해부터 국내로 봉환해 그들이 고향땅에서 편안하게 묻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여러 자료를 통해 인적사항이 파악된 나머지 사망자 유해도 일본, 러시아 정부와 협상을 통해 국내 봉환을 해야 한다. 시베리아 동토에 묻혀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60여년 이상 외롭게 떠돌고 있는 불쌍한 원혼들의 귀향을 도와야한다. 이는 그들의 조국 대한민국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