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실태조사] 경사 70도 ‘언덕’ 등지고 옆엔 옹벽 무너진 하천

Է:2011-02-1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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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매몰지 실태조사] 경사 70도 ‘언덕’ 등지고 옆엔 옹벽 무너진 하천

17일 오후 4시쯤 경기도 양평군의 한 축산농가. 매년 산수유꽃이 만발할 때면 살이 단단히 오른 한우를 잡아 축제를 열던 이 마을은 구제역이 창궐한 지 3개월 만에 죽음의 마을로 바뀌었다.

마을 입구에는 볏짚을 말아 만든 지름 1m쯤 되는 둥근 볏단 4개가 바리케이드처럼 길을 막아 차량 진입을 차단했다. 입구에서 30분 정도 걸어 축산농가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의 맨 북쪽 축사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 한우농가 2곳의 소를 파묻은 매몰지가 있었다. 비닐지붕의 축사에는 소 30여 마리가 여물을 먹고 있었다. 이곳은 붕괴·유실이나 침출수 유출 우려가 있어 보강공사가 결정된 곳으로, 실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 취재를 위해 방문했다.

이 매몰지는 위치 선정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다. 가로 5m, 세로 3m 정도 크기의 매몰지 바로 옆에는 개울이 있었다. 하천에서 최소 30m 이상 떨어진 곳에 매몰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날이 풀리면서 눈이 녹아 개울에는 졸졸졸 물이 흘렀다. 개울은 마을에서 1㎞ 떨어진 저수지와 연결돼 있다. 이 저수지 6㎞ 거리에는 남한강이 흐른다. 개울 쪽으로 연결된 매몰지 아랫부분에선 물이 새어 나왔는지 곳곳이 뭉쳐 있었다.

심지어 매몰지와 개울이 맞닿아 있는 곳은 옹벽이 무너져 시커먼 흙더미가 쏟아져 내려 있었다. 마을 주민은 “지난해 여름 폭우로 무너져 내린 곳”이라며 “올 겨울 공사하기로 했지만 구제역 때문에 고치지 못했다”고 했다.

매몰지 바로 위로는 경사가 70도쯤 되는 언덕이 있었다. 장마철이 되면 토사가 쏟아져 매몰지를 덮칠 우려가 높아 보였다. 매몰지와 언덕은 불과 1m 거리밖에 되지 않아 토사를 막기 위한 차단벽을 세울 공간도 없었다. 매몰지에는 일자형 플라스틱 관 3개가 1.5m 간격으로 비스듬히 박혀 있었다. 땅에 묻은 소 사체가 썩으면서 나오는 가스를 뽑아내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관의 주둥이는 땅이 아닌 언덕 쪽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비가 오면 빗물이 스며들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빗물이 스며들면 매몰지 흙더미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환경부는 매몰지에 ‘∩’형 관을 사용하도록 했다. 악취 제거를 위한 톱밥도 뿌려지지 않아 매몰지 주변에는 비릿한 냄새가 났다.

매몰지 인근에서 만난 마을 주민은 “구제역이 시작될 때는 늑장만 부리다 소를 다 죽이고, 죽은 소를 묻을 곳도 제대로 마련해 주지 않는다”며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울화통이 터져 주민들 모두 신경이 날카롭다”고 말했다.

양평=글·사진 전웅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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