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진홍] 서울의 봄, 카이로의 봄

Է:2011-02-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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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김진홍] 서울의 봄, 카이로의 봄

“새 역사 주인공으로 우뚝 선 이집트인들… 군부와 미국 움직임 눈여겨봐야”

요즘 지구촌에서 이집트인들보다 더 행복한 이들이 있을까. 30년이나 지속돼온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가는 것은 물론 중동 전역에 민주주의 돌풍을 몰고 왔으니, 그 감격과 환희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예속과 굴종을 강요받았던 이들이 새 역사를 써가는 주인공으로 우뚝 선 모습에 세계인들은 감동하고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까지 이집트인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는 녹록지 않다. 시간도 걸릴 것이다. 아랍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무바라크의 퇴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는 좋은 교훈이 될 법하다. 이집트 시민혁명의 성공은 1987년 6·10 항쟁을, 권력 공백기에 군부가 실권을 장악한 점은 1979년 10·26 사태 이후 우리나라 상황과 각각 닮았다. 미국이 우리나라나 이집트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점 또한 유사하다.

12·12 쿠데타에서부터 광주 민주화운동, 6·10 항쟁을 거쳐 노태우 정권이 출범하기까지의 시기에 신군부와 미국, 야당 및 시민사회는 서로 물고물리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신군부의 대표주자인 전두환 노태우는 집권 야욕을 성취하기 위해 야당과 시민사회를 탄압하고 미국 정부와는 신경전을 폈다. 미국 정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한반도 정세 안정을 명분으로 신군부 측을 지지하다가도 야당 및 시민들의 반미 정서를 의식해 자유와 민주라는 가치동맹을 공고히 하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 전두환 정권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뒤 미국으로의 출국을 허용한 이면에는 미국의 역할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 외교의 이중성은 제임스 릴리 주한 대사의 1987년 행보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반미감정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당시 야당 지도자인 김영삼 이민우씨와 정치 현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했다. 전국 20여개 도시에서 수십만명이 시위한 6월 10일엔 민정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노태우 대통령 후보’ 선출을 지켜봤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친서를 전두환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6·10 항쟁을 빌미로 계엄을 선포하거나 군을 동원하지 말 것 등을 강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골자로 한 6·29 선언의 촉매제가 됐다. 새 헌법이 마련돼 드디어 ‘서울의 봄’이 오는가했더니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실패로 ‘서울의 봄’은 무산됐다.

우리 역사에서 나타나듯 이집트인들은 군부와 미국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 역할을 맡은 군부의 경우 이집트인들의 민주화 열기에 밀려 헌법 개정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가깝게는 무바라크의 30년 통치를 도우며 권력의 부산물을 향유해 왔고, 멀게는 1952년 공화제 혁명 이후 60년간 이집트를 지배해온 그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집트 민주화를 위해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집트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 정부는 무바라크와 이집트인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카이로에서는 ‘포스트 무바라크’ 자리를 놓고 암투가 한창 진행 중일 것이다. 무바라크 대리인이 권좌에 오르는 것은 이집트인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랜 철권통치로 제도권 내 야당이 거의 무력화돼 있고, 대중적 기반을 갖춘 ‘뉴 리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집트가 민주주의 경험을 전혀 갖고 있지 않고,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점도 부정적 시각을 뒷받침한다. 군부가 극심한 사회 혼란을 유도한 뒤 ‘구국의 결단’ 운운하며 준동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집트인들은 혁명의 과실(果實)을 엉뚱한 인물이 가로채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싸울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미국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도 요구된다. 그러려면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카이로의 봄’이 찬란한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

김진홍 편집국 부국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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