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의 상흔 그린 ‘바빌론의 아들’

Է:2011-02-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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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의 상흔 그린 ‘바빌론의 아들’

공중정원이 현존하던 고대 바빌론 시대의 번영과는 상관없이, 걸프전과 대(對)테러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이라크 현대사는 비극으로 가득 차 있다. 사담 후세인과 빈 라덴, 대량살상무기 등이 신문 머리기사를 차지하는 동안 그 땅의 비극을 고스란히 감당한 것은 가난한 민중들이었다. 영화 ‘바빌론의 아들’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후세인의 몰락으로 이어진 직후, 실종된 아들을 찾아 나선 노파와 아이의 시선으로 이 비극을 그려낸다.

할머니의 아들이자 꼬마의 아버지인 이브라힘은 걸프전 때 실종된 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다. 쿠르드족 자치주에서 살던 할머니와 손자는 어느 날 ‘이브라힘이 나시리야 감옥에 살아 있다’는 소문을 듣고 힘든 여정에 나선다. 손자 아흐메드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만나는 것 보다 ‘바빌론의 공중정원’ 유적을 보는 게 더 중요한 철부지다. 둘은 천신만고 끝에 감옥을 찾아갔지만 이브라힘은 없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노파와 어린이가 서로를 의지하며, 테러에 노출된 여정을 묵묵히 감내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이들의 여정은 사막에 유골이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시신 발견지까지 이어지고, 무력한 노파와 아이는 비슷한 불행을 짊어진 다른 사람들의 친절을 받는다. 끝없는 유골과 관들 앞에서, 각기 아랍어와 쿠르드어밖에 할 줄 모르는 두 여인이 나란히 앉아 대화하며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비극의 현대사를 거치는 동안 실종된 이라크인은 100만명, 그 중 시신이나마 찾을 수 있었던 이들은 25만명 정도라고 한다. 서구에 대한 테러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건 이들에 의해 강요된 불행을 짊어져야 했던 이라크인들의 모습을 모하메드 알 다라드지 감독은 차분하게 그려냈다. 행인들의 표정은 암울하고, 발랄하던 소년 아흐메드는 어느덧 “나 군인 안 될래”라고 말할 정도로 전쟁의 본성을 깨달아간다.

철저하게 이라크인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영화에 서구세계는 환호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에든버러국제영화제, 하와이국제영화제, 선댄스영화제 등에서 잇따라 상영됐고 평단으로부터도 찬사를 받았으니 아이러니컬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의 창’ 섹션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전체관람가. 24일 개봉.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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