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가로 시집’ 파격… 넓은 새 집 얻은 한국詩

Է:2011-01-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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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가로 시집’ 파격… 넓은 새 집 얻은 한국詩

단행본 출판 시장의 다크호스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문학동네가 새 시인선을 발간했다.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야심찬 기획이다. 우선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시집 판형을 두 배 크기인 A4 사이즈로 키우고 이를 가로 방향으로 눕힌 파격적인 편집이 눈에 띤다. 과거와 달리 행이 길어지거나 행과 연의 구분이 없는 요즘 산문시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취지다. 단형 서정시 형태에 최적화돼 있는 기존 판형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차분은 시인 최승호의 ‘아메바’, 허수경의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송재학의 ‘내간체를 얻다’ 등 3권이다. 시집 ‘아메바’는 한 페이지를 네 개의 공간으로 분할해 한 편의 시를 네 편으로 변주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19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승호(57)씨는 “그동안 내가 펴낸 기존 시집들을 꺼내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시집이라는 것이 하나의 이미지로 통일성을 갖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집 형식이 달라지면 내용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에 더 많은 모험의 가능성을 부여하려면 시집 형태의 파격을 통해 시 쓰기와 시 읽기의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시의 스펙트럼이 매우 좁다는 생각을 해오던 차에 ‘그로테스크’나 ‘넌센스’ 등 표현주의적인 주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을 판형을 실험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일시 귀국한 허수경(47)씨는 “요즘 내가 좀 수다스러워졌는데 그 수다스러움을 묶을 수 있는 새 판형의 시집”이라며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진짜 있는 길인지, 없는 길인지 스스로 묻게 될 때 시인은 없는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뮌스터대에서 고대 근동어와 고고학을 연구하며 20년째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그는 “내 경험에 비춰 모국어는 잊혀지는 언어가 아니다”며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사용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자기 운동을 하는 것이 모국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삶과 독서 경험을 독일이라는 공간으로 옮겨놓았을 뿐, 한국에서 벗어나 있던 시간 속에서도 시 쓰기가 가능했던 것은 모국어의 자기 운동 덕분이라는 얘기다. 그는 불쑥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어머니는 독일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데, 어느 날 내 꿈에 나타나 독일어로 말하고 있었지요.” 꿈속에서 독일어로 말하는 어머니를 보았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적인 경험이라는 것인데, 새 판형의 시집은 이렇듯 꿈의 변형마저도 담기에 적절한 공간이라는 말이었다. 송재학 시인은 이날 참석하지 못했다. 한편 문학동네 측은 새 시인선 외에도 절판된 시집들을 복간하는 ‘리마스터링 시리즈’도 꾸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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