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닮은 행성 어디 없나요?… 과학계 ‘제2 지구’ 찾기 바람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에는 지구인들이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계 행성 ‘판도라’를 찾아 나서는 장면이 나온다. 현재로선 이 같은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 해도 그곳에 가는 것은 상상일 뿐이다. 우주는 너무나 넓고 별들까지의 거리는 엄청 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태양계 밖의 ‘지구형 행성’을 찾는 이유는 ‘아바타’에서의 ‘나비족’처럼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생명체에 대한 지적 호기심 때문이 아닐까. 만약 획기적인 성과를 얻는다면 천문학 등 과학 분야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종교적으로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최근 영국 BBC 방송은 2011년 과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뉴스를 쏟아낼 5대 이슈 중 하나로 ‘제2의 지구 발견’을 꼽았다.

태양계에는 지구를 비롯해 화성 금성 목성 토성 등 많은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우주에는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별(항성)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데, 그 별들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을 ‘외계 행성(Extrasolar Planet)’이라고 한다.

밝게 빛나는 중심별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고, 희미한 빛만을 내는 외계 행성을 찾기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1992년 중성자별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 행성이 처음 발견됐고, 태양과 비슷한 별 주위를 도는 외계 행성은 95년 처음 발견됐다. 이후 대형 첨단 관측 장비가 가동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외계 행성 탐색이 본격화됐고, 2011년 1월 13일 현재 518개가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특히 ‘지구를 닮은 행성’ 탐색에 집중하고 있다. 이 용어에는 ‘지구와 비슷한 질량을 가진 외계 행성(일명 슈퍼 지구)’과 ‘지구와 물리적 환경이 비슷해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는 행성(일명 골디락스 행성)’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중첩돼 있다.

‘슈퍼 지구’는 질량이 지구의 2∼10배 정도인 행성을 말한다. 최초의 슈퍼 지구는 2007년 ‘글리제 581’이라는 별에서 발견됐다. 이 별에서 두 번째로 발견된 행성(글리제 581c)은 지구 질량의 5배, 세 번째로 발견된 행성(글리제 581d)은 7.7배였다. 이후 비슷한 슈퍼 지구는 2008년 5개, 2009년 5개, 2010년 3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지난 11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질량의 4.6배(지구 지름의 1.4배 크기)로, 지금까지 발견된 슈퍼 지구 중 가장 작은 외계 행성 ‘케플러-10b’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지구형 외계 행성 탐사를 위해 2009년 3월 발사된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지구로부터 560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한 이 행성은 지구처럼 표면이 단단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발견된 대다수의 외계 행성이 탄소 등 가스 행성인 데 비해 암석질의 슈퍼 지구가 처음 발견돼 과학자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빛을 내는 중심별과 너무 가까워(공전 주기가 20시간 10분의 초단거리) 표면 온도가 1370도나 돼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외계행성연구그룹 김승리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들은 더 오랜 시간의 관측을 통해 공전 주기가 지구와 비슷하게 1년 정도로 긴 외계 행성을 찾아낼 가능성을 높였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골디락스(Goldilocks) 행성’은 중심별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표면이 지나치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즉 생명체가 살기에 알맞은 온도를 갖는 영역에 위치한 행성을 가리킨다. 적절한 행성의 크기, 대기, 중력 등 조건을 갖춰야 ‘골디락스 행성’으로 분류된다.

1996년 ‘70 Virginis(처녀자리)’라는 별에서 골디락스 행성이 발견됐다고 발표됐으나 검증 결과 아닌 것으로 최종 판명됐다. 또 지난해 9월말 ‘글리제 581’이란 별에서 발견된 여섯 번째 행성(글리제 581g)이 골디락스 행성인 것으로 발표돼 과학계와 언론이 떠들썩 했으나 이 역시 며칠 후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아직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같은 별에서 2007년 발견된 ‘글리제 581d’가 현재까지는 가장 유력한 골디락스 행성이지만, 이 또한 생명체가 살기에 다소 차가운 영역에 치우쳐 있어 확실치 않다는 게 천문학계의 평가다.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 500여개 가운데 약 10개는 우리나라 연구진이 발견했다. 2008년 국제공동연구로 태양계를 닮은 외계 행성계를 발견했고, 2009년에는 ‘두 개의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외계 행성’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것이 대표적이다. 천문연구원과 충북대 연구진의 ‘두 개의 태양…’ 발견 연구 논문은 최근 미국 천문학회지가 지난 2년간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5편 중 하나로 선정해 주목받았다.

천문연구원은 2009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외계 행성 탐색 전용 관측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김승리 박사는 “현재 개발 중인 2m급 망원경 3대를 남미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에 설치해 남반구에서 볼 수 있는 우리 은하 중심부의 수십억 개 별을 대상으로 2014년부터 5년간 관측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