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때문에 모유 무작정 끊지 마세요

엄마 젖을 먹이는 것이 아기와 산모의 건강 증진에 모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모유수유를 기피하는 산모가 적지 않다.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해로운 성분이 직접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이런 염려를 하지 않고 편하게 모유수유를 해도 될 것 같다. 기형 유발 위험 때문에 이것저것 가릴 게 많은 임신부와 달리 모유를 먹이는 엄마가 먹을 수 없는 약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관동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최준식, 안현경 교수팀은 2005년부터 2010년 4월까지 5년 4개월간 서울 퇴계로 소재 제일병원 내 ‘한국 마더 리스크 프로그램 콜센터’를 이용한 산모 중 추적 조사가 가능했던 456명의 상담 내용을 분석, 대한주산의학회에 보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인의 우려와 달리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 위험 때문에 모유수유를 완전 포기해야 했던 경우는 8.5%에 머물렀다.

한국 마더 리스크 프로그램 콜센터는 임산부에게 악영향을 주는 위험요인에 대해 상담하고, 도움을 주는 곳이다.

이 콜센터의 문을 두드린 산모들이 모유수유 중단을 고민한 질환은 감염에 의한 급성 염증이 33.9%로 가장 많았고 감기, 소화기병, 갑상선기능이상(항진증, 저하증), 고혈압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들 질환 치료 시 금기시 되는 약물은 실제 그리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문제가 있다고 해도 다른 약물로 안전하게 대체할 수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안 교수는 지적했다.

예컨대 고혈압 약의 경우 프로프라노롤이나 하이드로클로로치아자이드 성분을 선택하면 직접 수유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갑상선 기능 항진증도 마찬가지다. 항 갑상선 약을 복용하면서 모유수유가 가능하다. 안 교수는 “심지어 결핵 진단을 받은 산모도 항 결핵 약을 복용한지 2주 뒤부터는 전염력을 잃기 때문에 아기에게 직접 모유를 수유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간질을 앓고 있는 산모 역시 항간질 약을 복용하면서 안전하게 모유수유를 할 수 있다.

출산 후 비교적 흔한 임신성 당뇨병에 의해 인슐린이나 경구용 혈당 강하제 사용이 불가피할 때도 걱정은 금물. 인슐린은 분자량이 커서 모유로 분비가 거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마가 복용하는 경구용 혈당 강하제는 오히려 모유수유를 통해 유익한 성분이 전달돼, 아기가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줄여주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모유수유 중 예방접종은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생백신과 사백신 모두 접종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임신 중 태아가 잘못 될까봐 겁나서 맞지 못한 백신(B형 간염, 풍진, 수두 등)이 있다면 수유 중이라도 지체하지 말고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한편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 흔한 감기는 수유 중에도 가능한 한 대증 치료가 원칙이다. 이 때는 약을 복용하지 말고 생강이나 도라지 달인 물을 마시거나 소금물로 코를 세척하는 방법으로 기침, 콧물 등의 이상 증상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약물 치료가 불가피할 때는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아기에게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진 약, 반감기가 짧은 약을 처방 받는 식으로 대처하면 모유수유를 굳이 중단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

안 교수는 “아기가 긴 잠을 자기 전 먼저 젖을 먹이고 약을 복용하면 수유에 의한 약물 전달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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