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문흥호] 中·美 정상회담과 한반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차례 중·미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이번 회담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첫째, 최근 변화일로에 있는 중·미관계의 향배를 규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등장한 오바마 정부는 중국에 대한 기본 인식과 정책에서 전임 부시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기로 인한 자신들의 처진 모습과 달리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굴기(?起)’와 힘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고위관리들은 중국 고사성어를 인용해 상호협력을 상징하는 ‘동주공제(同舟共濟)’로 중·미관계를 묘사했다.
그러나 중·미 간의 밀월은 미국이 어느 정도 경제위기를 수습하고 중국의 공세적 대외정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빠르게 퇴색했다. 반면에 위안화 절상, 대만, 티베트, 인권, 종교 등의 고질적 현안이 전면에 재등장했다. 이 시점에서 양국은 상호관계를 추스를 필요가 있다. 즉 중·미관계의 상한과 하한 사이에서 양국관계의 좌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정세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내내 남북관계는 군사적 대치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북핵문제는 물론이고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남북한 당사자에게만 수습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역시 중·미 정상이 만나야 하는 이유의 하나다.
‘G2’ 화합의 모양새 갖출듯
그렇다면 어떠한 논의와 타협이 이뤄질 것인가. 우선 양국은 세계 평화·번영을 위한 공동협력을 강조할 것이다. 세계질서에 대한 전략적 구상이 다르고 상호신뢰 역시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단은 ‘G2’의 화합이란 모양새를 갖출 것이다. 특히 중국은 후 주석의 2011년 신년사를 통해 ‘세계 인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역설했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이런 제안은 다분히 미국과의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경제협력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자신들이 일방적 수혜자가 아니라 미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불가결한 조력자임을 부각시키려 할 것이다. 실제로 양국 경제관계는 잦은 마찰에도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또한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보다 진전된 형태의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즉 북핵 관련 6자회담과 함께 남북한 대화·교류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의 제안과 후속 조치가 논의될 것이다. 지난 14일 중국을 들러 방한한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남북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물론 이번 중·미 정상회담의 한반도 관련 논의가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원론적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높다. 북한의 존재와 한반도의 미래상에 대한 중·미의 기본인식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은 천안함 사건 이후 미국의 동북아전략과 한·미 군사협력 강화, 일본의 ‘호들갑’에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남북한 충돌 과정의 최대 피해자가 중국과 한국이고 미국만이 유일한 승자라는 어느 중국학자의 지적은 미국의 한반도전략에 대한 중국의 강한 불만을 대변한다.
우리 자신의 역량·지혜 모아야
이런 상황에서 중·미의 한반도문제 논의 과정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것도 자존심 상하지만 이들의 몇 차례 만남으로 한반도 평화·번영이 이뤄질 수 없다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더욱이 중·미가 아무런 사심 없이 우리 민족의 평화·번영을 도모하기를 바라는 것은 실현될 수 없는 꿈이다. 그들의 힘겨루기에 매이기보다 민족화합을 위한 우리 자신의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고 서로가 전쟁 운운하는 상황을 탈피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미국, 중국의 입만을 바라보며 ‘누가 더 중요한가’라는 우문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흥호(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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