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문일 ] 문자의 반란
어느 대학생이 교수에게 성적 정정을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교수님께서 제게 B학점을 주셨습니다”라고 쓴다는 게 “∼주셨습디다”가 되어 전송됐다. ‘일본 바로알기’란 과목을 수강한 다른 대학생은 자신 있게 작성한 과제물을 이메일에 첨부해 보내면서 제목을 ‘일본어 바로알기 과제’로 달았다. 인터넷에서 실화라며 떠다니는 이야기들이다. 서신 대신 이메일을 사용하게 된 뒤로 비슷한 경험을 한두 번쯤 해보았을 터이다.
유대교 경전 ‘탈무드’에는 “글자 한자를 빼거나 더하는 게 전 세계의 파멸을 의미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같은 이치로 글자 한자를 잘못 쓰는 일은 전 세계의 왜곡을 의미할 수 있다. 신성(神聖)의 영역이나 문학 세계에 어울리는 아포리즘이다. 반면 폭압적인 전제 사회, 관용이 없는 문화에서는 글자 한 자를 빼거나 더하거나 잘못 쓰는 일이 개인의 파멸을 의미할 수 있다.
중국 언론이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이름을 ‘?近平(댜오진핑)’으로 잘못 적었다가 관련자들이 문책을 받은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習의 간체자가 ?와 비슷한데서 비롯된 실수 같지만 ?에 ‘간사하다, 속인다’는 뜻이 있으니 불경죄가 무겁다.
중국 언론에는 이 같은 실수가 잦은 모양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최근 원자바오(溫家寶)를 ‘溫家室’로, 후진타오(胡錦濤)를 ‘胡錦鑄’로 잘못 써 관련자들이 징계를 받았다. 장쩌민(江澤民)을 ‘江怪民’으로 만들고, ‘국가주석(國家主席)’에서 國을 빼 ‘家主席’으로 격하시킨 일도 있었다. 중국 역사에는 한 글자 또는 한 획으로 황제를 야유나 저주하는 전통이 있다. 발각되면 당사자의 허리가 잘리는 건 기본이고 운이 좋으면 삼족, 나쁘면 구족까지 전멸이다.
한국에서도 이승만 정권 시절 신문 제목에 대통령(大統領)을 ‘견통령(犬統領)’으로 쓴 자화(字禍)가 전해 내려온다. 납으로 주조한 활자를 하나하나 심어서 조판하던 시절이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뒤로 신문사들은 ‘大統領’은 물론 대통령 이름 활자까지 틀리지 않도록 묶어놓고 사용했다.
문자를 다루다 보면 아무리 조심해도 실수가 생긴다. 그때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문자에 정령(精靈)이라도 있어 장난을 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의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김정일 부자 조롱시가 실린 것 때문에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선전 일꾼들도 그런 심정일 것이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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