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최정욱] 세습 경영
흔히 태평성대를 ‘요순시대’라고 부른다. 고대 중국의 전설적 제왕인 요(堯)와 순(舜)이 덕으로 천하를 다스리던 시대라는 말이다. 특히 요임금은 부자(父子) 세습을 거부하고 능력에 따라 순임금을 후계자로 삼았다. 자신이 일군 나라와 부(富)를 사유재산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임금도 훗날 자식이 아닌 겸손한 성품의 우(禹)임금에게 자리를 내줬다. 능력과 인품을 갖춘 후계자를 선택함으로써 황금시대를 구가한 셈이다. 공자는 논어 ‘태백편’에서 요임금의 업적을 위대하고 찬란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창업주 3세 경영체제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찌감치 3세 후계 구도를 결정지은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금호아시아나그룹 한진그룹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주로 30, 40대인 3세들의 초고속 승진은 일반인들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주식이 공개된 상장회사들임에도 대부분 주주들의 동의나 검토를 거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들의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준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는 세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 총수가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대기업은 총수의 사유재산으로 보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현재 총수가 있는 35개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4.4%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계열사 지분을 동원한 순환출자 구조 등을 통해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 소유권은 적지만 소위 ‘황제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세습경영으로 부의 대물림을 주도하는 이들의 현실이다.
1, 2세가 축적한 부 역시 자신의 힘만으로 이룬 게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과거 관세 장벽이 높던 시절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질 낮은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사 대기업들을 도왔다. 외환위기로 인한 국가부도 위기 때는 국민들의 미래를 담보로 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돼 이들을 살렸다.
올 들어 대기업들의 사상 최대 투자계획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불확실한 세계 경제 상황에서 선제적 투자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3세들이 실적을 쌓아 능력을 인정받는데 디딤돌을 깔아주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후계자의 능력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 해당 기업만이 아니라 주주들과 국민들에게도 재앙이 될 수 있다.
최정욱 차장 jw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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