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식품값 자고나면 올라… 2차 식량위기 경보음

애그플레이션 국내도 비상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지난달 식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폭동 사태가 빈발했던 2008년 식량위기의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수입물가 급등으로 새해부터 물가에 비상등이 켜지는 등 국제 식량·원자재발 인플레이션 영향권에 놓였다. 높은 대중국 의존도로 인한 ‘차이나플레이션(중국발 인플레)’은 어느덧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애그플레이션 초비상=인플레 상황이 가장 심한 분야는 식료품이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월별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55개 식품가격 변동 추이를 분석해 산출한 세계 식품가격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14.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이는 아이티와 이집트 등에서 곡물가격 급등으로 폭동 사태가 빚어졌던 2008년 6월의 213.5보다 높은 것이다. 설탕 가격은 3년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달 398.4포인트를 기록했고, 옥수수 가격이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4년래 최고치를 보였다.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이 초래하는 인플레)이 지난해 말을 시작으로 올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추이 역시 만만찮다.

지난해 12월 3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1.38달러를 기록, 100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5일(현지시간) 배럴당 89.38달러로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100달러 돌파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같은날 3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파운드당 4.447달러를 기록, 연초보다 33%나 뛰어오르며 지난해 최고가로 한 해를 마감했다.

◇우리나라도 직접 영향권…차이나플레이션 직격탄 될 듯=관세청은 이날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표 품목을 살핀 결과 국내 물가에 선행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농산물의 경우 중국산 양배추 수입가는 지난해 5월 ㎏당 406원에서 12월 531원으로 30.8% 상승했다. 같은 시기 국내 양배추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5월 80에서 12월 111(2005년=100 기준)로 올랐다.

중국산 비중이 100%인 수입 당근도 지난해 1월 ㎏당 580원에서 12월에는 32.6% 뛴 769원을 기록했다. 당근 소비자 물가지수도 이에 비례해 같은 기간 108에서 146으로 급등했다.

차이나플레이션 외에 지난해 수입된 각종 국제 원자재가도 고공행진을 보였다.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은 2009년 1월보다 62%나 뛰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비철금속 중 동괴의 경우 지난해 12월에 2009년 1월보다 2배가량 가격이 올랐다. 관세청 정재열 통관지원국장은 “상당수 곡물 및 수입 원자재가가 지난해 말 높은 상승세를 보여 올해 국내 물가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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