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호의 아프리카] 암흑의 심장, 월드컵

Է:2011-01-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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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호의 아프리카] 암흑의 심장, 월드컵

“아, 무섭다! 정말 무섭다!” “단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쓸어버려!”

20세기 인류가 생산한 문장 중 가장 난해하다고 꼽을 만한 문장이다. 폴란드 항해사 출신으로 영어권 문학의 거장이 된 조셉 콘라드가 소설 ‘암흑의 심장(Heart of Darkness)’에서 커츠라는 인물의 입을 빌려 한 말이다.

커츠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아프리카의 마력에 끌려 제 발로 밀림 속에 걸어 들어가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삶을 살았던 방외자다. 유럽이 주는 문명의 삶을 스스로 거부한 그가 아프리카에서 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대체 ‘암흑의 심장’이라 불리는 아프리카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정말 무섭다!”와 “모조리 쓸어버려!” 같은 말초적 정서를 그토록 담담하게 토로했을까?

지난해 6월 아프리카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월드컵, 그동안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지 않았던 두 단어의 합성을 통해 세계 60억 인구의 오감을 사로잡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란 말이 어색했던 것은 아프리카에서 ‘월드’를, 그러니까 인류가 이룩한 문명의 세계를 떠올리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시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치안의 부재와 빈약한 시장 같은 것이 어색함의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월드컵이 아프리카에서 열릴 수 있었던 것은 아프리카인들 또한 축구를 즐길 권리가 있다는 일말의 정의감이 소위 ‘문명인’들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인들 입장에선 이 정의감 때문에 대단히 불쾌한 심문을 당한 셈이었다. 에이즈와 말라리아의 천국이자 범죄와 인면수심의 소굴인 땅이 과연 월드컵이라는 대사건을 감당할만한 곳인가, 이 질문을 던지며 세계는 아프리카를 심문했다.

남아공 월드컵 개최를 불과 몇 달 앞두고서도 개최지를 호주로 옮겨야 한다느니, 미국으로 바꿔야 한다느니 설왕설래했다. 다행히 아프리카는 이 시험대를 통과해 월드컵을 치렀지만, 불행히도 아직 ‘문명 세계’의 대열에 합류하진 못한 것 같다. 월드컵이 진행되는 동안 문명의 미디어는 아프리카의 비문명을 신기한 것 바라보듯 조명했고, 월드컵이 그럭저럭 치러졌다는 사실에 안도했으며, 다시 아프리카를 에이즈와 말라리아와 범죄와 가난의 땅으로 비추고 있다.

축구공 앞에서 평등해야 할 인간의 몸일 텐데 경기장에 나선 열대인들의 두 다리는 유독 애처로워 보였다. 커츠가 던진 문장 “정말 무섭다!”는 한 세기의 시차를 두고도 여전히 아프리카를 보는 시선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커츠의 반생이 밀림에서 목격한 게 진정 아프리카의 야만, 지적 결핍, 우상숭배, 성적 방종 혹은 식인행위뿐이었을까. 혹시 그는 결코 봐서는 안 될 어떤 것을 보고 만 건 아니었을까. 커츠 자신을 비롯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진화한 아프리카 바깥의 사람들, 그들이 갖고 있는 내면적 편견을 본 것은 혹시 아니었을까.

◇이석호는

아프리카문화연구소 소장.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학 아프리카문학 박사. 남아공에서 유럽으로 팔려간 인종차별의 상징 ‘사라 바트만’에 관한 희곡을 쓰고 아프리카 3개국에서 무대에 올렸다. 역서 ‘검은 피부, 하얀 가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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