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무화과나무 꽃의 비밀
에덴 동산에서 행복하게 자라던 나무 가운데 무화과나무가 있다. 무화과(無花果)를 글자 그대로 풀면 ‘꽃이 없는 열매’다. 말뿐 아니라 실제로도 무화과나무에서는 꽃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식물도 꽃을 피우지 않고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
무화과는 은화과(隱花果)라고도 부른다. 은화과의 은(隱)은 숨는다는 뜻으로 여기에 무화과나무 꽃의 비밀이 담겨 있다. 무화과가 ‘꽃이 없는 열매’라면 은화과는 ‘꽃이 숨어 피는 열매’다. 무화과나무의 특징을 보다 정확히 알려주는 표현이다. 즉 무화과나무에서는 꽃이 없는(無) 게 아니라 숨어 있다.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서 피어날 뿐 분명히 피어난다는 말이다.
무화과나무의 꽃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피어난다. 꽃이라고는 했지만 한눈에 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모양의 꽃이다. 봄 햇살이 따스해지면 무화과나무의 잎겨드랑이에서는 동그란 꽃턱이 돋아난다. 꽃턱은 화탁(花托)이라고도 부르는 속씨식물 꽃의 한 부분으로 꽃자루의 맨 끝, 즉 평범한 꽃을 기준으로 하면 꽃잎이 돋아나는 부분의 볼록한 부분을 가리킨다.
이 꽃턱은 지름이 1㎝도 안 되지만 꽃의 다른 부분이 드러나지 않아 크게 보인다. 꽃의 다른 부분이 바로 이 꽃턱 안에 숨어서 피어난다. 그래서 어린이용 식물도감에서는 ‘발달한 꽃턱’이라 하지 않고 종종 ‘꽃주머니’라고 표시한다. 무화과나무의 경우 정확한 표현이다. 이 꽃턱의 맨 끝 부분에는 아주 가느다란 구멍이 뚫려 있고, 이 구멍에서 꽃가루받이가 이뤄진다. 아주 작은 구멍이지만 무화과나무 꽃이 품은 풍성한 꿀을 따기 위해 작은 곤충들이 묘기 부리듯 드나든다.
꽃가루받이를 마치면 꽃턱은 처음 모습보다 조금 큰 형태로 열매가 되면서 색깔이 달라진다. 꽃 상태일 때에 초록색이었던 꽃턱은 열매로 커지면서 차츰 검은 자주색이나 황록색으로 바뀐다. 그러나 모양에는 변화가 없다. 꽃턱일 때에 동그란 구슬 모양이었다면 열매가 되면서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 되는 정도다. 이 때문에 꽃턱과 열매의 구조를 상세히 알지 못했던 옛 사람들은 꽃턱이 곧 열매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꽃은 피지도 않았는데 열매부터 맺는다고 생각해서 꽃 없이 열매를 맺는 나무라고 불렀던 것이다.
무화과나무는 좋은 열매를 많이 맺기 위해 꽃송이조차 꼭꼭 숨겨 놓고 조심조심 살아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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