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애옥] 육교 유감

Է:2010-11-1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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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애옥] 육교 유감

얼마 전 한 친구와 서울시내에서 길을 건너게 되었는데, 친구는 굳이 가까운 지하차도를 놔두고 한참을 걸어가야만 하는 횡단보도를 찾았다. 지하 공기가 나빠서 그러냐고 묻자 편하게 다니고 싶어 육교나 지하도는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이유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서울시내에 육교가 많이 없어졌다. 서울시청 앞 로터리에도 횡단보도가 있고 남대문에도, 광화문 사거리에도 있다. 서울시가 이렇게 변화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보행권을 돌려주는, 선진사회로 가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38번 국도는 평택과 장호원을 연결하는 준고속도로를 연상케 하는 꽤 교통량이 많은 도로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입구도 이 도로상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 앞에 안전을 위해 길을 가로지르는 육교가 놓여 있다. 몇 년 전 한 젊은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교통사고 때문에 생긴 육교라는 얘기를 들었다.

건설이나 설계분야 전문지식이 무지한 내 유감은 여기서 시작된다. 육교는 보행자의 안전보다 차량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차를 위한 배려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육교가 생긴 이후 교통의 흐름이 좋아졌다고 얘기하기엔 너무나 공포에 가까운 질주를 보면서 내 유감은 조금씩 분노로 바뀌어간다.

물론 보행자와 운전자의 의식수준도 향상되어야 하겠지만, 지금도 자주 일어나는 교통사고에 우리의 가족과 이웃, 학생들이 또 다른 사고를 당한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생각을 바꾸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현재의 육교주변을 입체화해서 차량 속도를 유지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게끔 차는 지하로 돌리고 사람은 편하게 지상으로 건너도록 한다면 어떨까. 원형 입체 교차로를 만들어 육교의 진·출입이 편리하게 한번 육교 이용으로 동서남북 어디로든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 무단횡단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면 사후약방문 같은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동그란 원형서클을 만들어서 차량 속도를 완만하게 하여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없을까.

구체적인 해결 방법은 전문가들의 손에 맡기면 될 것이다. 공무원들의 보도·육교 설치에 관한 법령, 조례, 예산 타령 등이 답변으로 돌아오지 않기만을 바란다. 광란의 질주 차량은 계속되고 육교가 불편하니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지상을 택한다면 사람을 위한 육교가 아니라 차량을 위한 육교일 뿐이지 않는가.

행정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권 확보는 이제 불가피한 추세이다. 사회는 항상 옳게 발전해 나아갈 것이라는 점에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단지 실행 속도의 문제일 뿐. 혼자 변화의 꿈에 부풀어 마음속으로 몇 번씩 설계도를 그렸다 지웠다 하며 나는 오늘도 거리를 오간다. 육교야, 사람을 위한 다리가 되어다오.

김애옥 동아방송예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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