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최정욱] 鐵의 힘
철(鐵)은 인류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금속으로 흔히 ‘산업의 쌀’로 불린다. 건물은 물론 자동차, 항공기, 선박 및 각종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철이 들어가지 않는 게 드물 정도다. 예로부터 철을 잘 다루는 나라는 튼튼한 무기 등을 통해 세상을 호령할 수 있었다.
기원전 2000년쯤부터 역사상 처음으로 철을 사용했던 히타이트는 소아시아에서 1000년간 강력한 국가를 유지했다. 목탄 대신 석탄을 원료로 한 코크스로 철을 녹이는 기술을 개발, 철의 대량생산 시대를 연 영국은 18세기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재건을 이끌며 정치, 경제, 군사 면에서 절대 강국이 된 미국의 힘을 뒷받침한 것도 세계 최대 규모의 철강산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철강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73년 6월 국내 최초 일관제철소(제선, 제강, 압연 등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인 포항제철소 1기 준공부터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개발로 늘어나는 철강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63년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을 설립했고 70년 4월 경북 포항 영일만에 포항제철소 1기를 착공했다.
하지만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공사 진행은 쉽지 않았다. 철강 부족을 하루 빨리 해소하기 위해 당시 박태준 포항종합제철 사장은 근로자들에게 이같이 외쳤다고 한다. “국가 숙원사업에 동참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혈세로 짓는 제철소 건설이 실패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만큼 우리 모두 우향우해 영일만에 투신해야 한다!” 결국 예정보다 한 달 먼저 용광로에서 쇳물이 흘렀다.
이후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2002년엔 세계 5위 철강 생산국이 됐고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세계 6위였다. 선진국들이 길게는 수백년 만에 이룩한 철강 강국의 위상을 30년 만에 차지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철강업계에 어려움이 감지되고 있다. 주요 철광석 공급사들이 올 들어 가격을 2배가량 올린 데다 계약방식도 기존 연간 단위에서 분기 단위로 바꿔 가격 변동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은 원가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 39.5%나 줄었다.
원료인 철광석과 코크스 거의 전량을 수입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한국전쟁의 폐허에 철강산업을 꽃피운 우리나라다. 적극적인 해외자원 확보와 더불어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청정기술 강화 등 미래를 대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최정욱 차장 jw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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