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69일간의 기적] 구조 지켜보는 가족·국민들 표정… 불사조 올라올 때마다 환호
아빠 모습을 본 아들 바이론(7)은 ‘앙’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달려가 품에 안겼다. 아내 모니카의 얼굴에도 기쁨이 넘쳐났다. 구조용 캡슐 ‘불사조’를 타고 온 첫 귀환자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가 69일 만에 지상에 발을 딛는 순간, 온 칠레가 환호했다. 하지만 이날의 생환 드라마를 누구보다도 기다려온 건 가족들이었다.
매몰 광부 33명의 가족과 친지들은 지난 8월 5일 붕괴사고가 난 이후 산호세 광산 허허벌판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면서 기다려 왔다. 낮의 뜨거운 태양, 밤의 차가운 바람과 싸워야 했다. 화장실도 목욕탕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었다. 먼지 섞인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래도 소중한 아들과 남편, 아버지를 만날 날을 손꼽는 희망이 있었기에 이날까지 버틸 수 있었다.
매몰 광부 중 한 명인 오마르 레이가다스(56)의 아들은 영국 BBC방송에 전한 12일자 일기에서 상봉의 기쁨을 이렇게 고대했다. “아버지에게 정말 말할 게 많다. 그를 사랑한다. 보고 싶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그 순간에 맡기자.”
구조작업이 당초 예정보다 2시간 지연되면서 가족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구조대원인 마누엘 곤살레스가 타고 내려간 캡슐이 광부들의 지하 생존 공간에 안착하는 동영상이 방영되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두 번째 구조자인 마리오 세불베다 등 광부들이 차례로 캡슐을 타고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50여분은 가족에겐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다. 마침내 아버지가, 아들이, 남편이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가족들은 서로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밤은 어느새 아침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수백명의 가족과 친지들은 피곤도 잊은 채 설렘과 기쁨으로 날을 샜다.
칠레 전역은 감동의 도가니였다. 곳곳의 대형 모니터를 통해 구조장면을 지켜본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사고 현장 인근 코피아포 시에선 휴교했다. 학부형과 학생들이 함께 귀환의 기쁨을 지켜볼 수 있도록 시장이 배려했다. 광부들이 구조되는 순간 칠레 곳곳에선 일제히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리의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기쁨을 같이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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