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선교 20년… 부축받던 그들 복음전파 일꾼으로 성장
지난 10일 오전 11시30분. 인천 검단동 수정교회 1층 교육관에 들어서자 시트러스 향의 데오드란트 냄새가 물씬 풍겼다. 20~30대 필리핀 청년 10여명이 전자기타와 드럼, 신시사이저를 잡고 찬양연습을 하고 있었다.
예배시간이 되자 손등에 문신을 하거나 허리춤에 쇠사슬을 단 필리핀 노동자가 하나둘씩 모였다. 이들은 30분 넘게 ‘One way Jesus’와 ‘Here I am to worship’ 등 영어찬송을 불렀다. 이후 필리핀 출신 니콜라스(57) 목사가 나서 메시지를 전했다. 니콜라스 목사는 1991년 한국에 일하러 왔다가 예수를 영접한 외국인 노동자 출신이다. 그는 95년 필리핀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다시 한국에 왔다. 교회는 김포 대곶과 인천 남동공단 등 5개 지역에 필리핀 리더를 세웠다. 교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필리핀 현지에서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패밀리 캠프’를 열고 있다.
한국교회가 외국인 노동자 선교 20년 역사를 뒤돌아보고 효과적인 선교 전략을 선택할 시점에 왔다. 그것은 지나친 전도나 사회운동으로 접근한 나머지 선교의 본질을 흐리거나 네트워크 부재로 시너지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경우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 선교의 역사=한국교회가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92년 희년선교회가 이주노동자 상담과 의료 지원, 쉼터를 제공하면서부터다. 같은 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외국인 노동자 선교위원회를 설립했다. 94년 ‘외국인 노동자의 집’이 성남에 세워지고 이후 서울 안산 광주 양주 등에 설치됐다. 96년부터는 서울조선족교회(중국) 게르방교회(몽골) 대구서부교회(베트남)처럼 단일 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갈릴리교회가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를 최초로 시작했으며,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 명성교회 충현교회 주안장로교회 등이 사역에 뛰어들었다. 비슷한 시기 중소형 교회에도 외국인 노동자 사역이 확산됐으며, 이주자 자녀 지원과 한글·컴퓨터 교육까지 전개되고 있다.
한국교회가 펼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사역은 크게 교회 내 외국인 선교부 운영, 교회 내 외국인 독립교회 활동, 독립교회 운영, 외국인 노동자 선교단체 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선교 파트너로 외국인 노동자를 인정=최적의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교회 내 독립교회로서 운영권을 보장하고 선교 파트너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한국교회 관습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통제하다 보면 자율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수정교회가 지원하고 있는 수정필리핀교회는 좋은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조일래 수정교회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단순히 도와주는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되며 그들을 제자로 키워내야 한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우리 교회는 93년부터 필리핀 목회자의 생활비와 사택을 지원하고 독립 예배공간과 행사비 등을 지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외국에 많은 재정을 투입해 선교사까지 파송하는 마당에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을 리더로 세우고 자국민에게 직접 복음을 전하도록 하는 것은 더 손쉬운 방법”이라면서 “현재 자체적으로 커뮤니티를 구성한 필리핀 교인들이 매달 70만원의 헌금 중 절반을 자국에 세운 8개 교회에 선교비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 문제로 접근하는 선교단체와 협력=지역교회가 직접 선교를 펼칠 수 없다면 건전한 외국인 노동자 선교단체와 협력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들 단체는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외국인 노동자 사역의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안디옥국제선교회 안산지부 남경우 목사는 “선교단체 실무자들은 외국어에 능통하기에 밀린 휴대전화 요금 문제부터 부동산중개업소 소개, 산재처리, 퇴직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다루며 자연스레 복음을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상담을 통해 변화되고 선교에 동참함으로써 인도네시아에 직접 교회를 세우고 있다”면서 “안산에 900여개 교회가 있지만 선교단체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극히 적은데 세계 선교에 ‘윈윈’하기 위해선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섬공동체 대표 유해근 목사도 “외국인 노동자 선교는 교회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며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이제는 20년 역사를 바탕으로 한국교회 외국인 노동자 사역은 선교지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400∼500개 단체가 하나 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며 반드시 연대해 선교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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