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김씨 왕조’ 기이한 친족집단세습

Է:2010-09-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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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과 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을 인민군 대장으로 임명했다. 김정일의 후계자로 예상되는 김정은의 이름과 지위가 대외적으로 처음 공식 발표됐다. 선군(先軍)체제 북한에서 군 관련 직책을 부여하기 위한 선행 조치로 보인다. 권력자가 군사 경력이 전무한 아들과 여동생을 대장에 임명하는 일은 극소수 후진국에서나 있는 일이다.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단이다.

대장은 북한군 최고 계급이 아니지만 서열상의 의미보다 ‘최고’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북한 권력자의 호칭은 ‘수령’(김일성)에서 ‘장군’(김정일)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이전부터 김정은을 지칭하는 말로 ‘청년대장’이 사용되었으므로 ‘대장’은 김정은에 대한 전제적 존칭을 겸하게 될 모양이다.

김정은의 대장 임명이 곧 후계자 지명을 공식화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3대째 권력은 김정은이 정치적 성년이 될 때까지 고모부 내외와 함께 꾸려가는 친족집단지도체제가 될 공산이 커졌다. 김경희가 대장이 된 것은 김정일 사망 후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함께 김정은을 보호하기 위한 포석 같다. 김정일 사후의 북한은 집단지도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 인사로 친족집단지도체제라는 기이한 형태로 윤곽이 드러났다.

이 같은 후계구도를 추인하기 위해 어제 노동당 대표자회가 44년 만에 열렸다. 선군체제에서 노동당이 뒷전으로 밀렸지만 김정일 사후 노동당이 북한 권력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제 노동신문이 노동당을 ‘선군혁명의 정치적 참모부’로 지칭한 것이나 김정일이 아들의 대장 임명과 함께 군 승진 인사를 발표하면서 “당과 수령의 품속에서 자란 인민군 지휘성원들이 앞으로도 당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라”고 요구한 것이 이를 암시한다.

3대 세습의 성패는 장성택의 라이벌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의 영향을 받는 군부를 통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장성택의 측근으로 군 경력이 없는 최용해 김경옥 등 당 간부에게도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은 군에 대한 당의 우위를 설정하려는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 2012년 목표인 ‘강성대국’의 완성을 선언하면서 장성택과 김경희의 기반인 노동당이 전면에 나오는 선당(先黨)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 차기 지도세력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북한의 미래가 이들의 의지만으로 결정되기는 어렵다. 당과 군이 권력을 나누는 상황이 되고, 엘리트끼리 다투다 정치적 격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북한 핵물질과 군사력의 향방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을 가장 우려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의 권력 동태를 주시할 때지 공명심에 들떠 남북 접촉을 타진하거나 북한에 퍼주기 지원을 주장할 때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 전 러시아 방문에서 김정은에 대해 카운터파트(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말한 것은 김정일 생존 중에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이 아닐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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