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공무원 특채서 첫 5급 합격 지정훈씨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등 고위 공직자 자녀의 특혜 채용비리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지방대 출신의 장애인이 국가공무원 5급 채용 시험에 합격해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주인공은 3급 지체장애인 지정훈(31)씨. 부산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지씨는 뇌성마비에 걸려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몸을 가누지 못했다. 가족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분에 병은 악화되지 않았으나 후유증으로 양팔 기능을 상당부분 상실해 글씨를 제대로 쓰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지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대신 희망과 도전을 선택했다.
피나는 재활훈련을 거쳐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됐다.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된 지씨는 1998년 부산 경성대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나갔다. 그는 지난달 일반인도 하기 어려운 컴퓨터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데 이어 14일 정부의 중증장애인 특채에서 5급 공무원으로 합격했다. 능력을 감안해 채용 직급이 결정되는 이 특채에서 5급이 나온 것은 지씨가 처음이다.
지씨는 2007년에는 삼성전자가 주최한 휴먼테크 논문 대상에 응모해 동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논문 심사는 개인정보를 철저히 숨긴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수상자를 발표할 때 심사위원들은 지씨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지씨는 현장실습 등을 거쳐 올 12월부터 특허청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전자 제품과 관련한 특허 심사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그는 “정부가 공직에서 일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며 “컴퓨터 프로그램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나아가 컴퓨터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씨를 포함, 이번 특채에서 합격한 14명의 장애인은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 환경부 등 13개 부처에 배치된다. 직급별로 5급 1명, 7급 3명, 9급 8명, 연구사 1명, 기능직 10급 1명 등이다.
지체장애인이 9명으로 가장 많고 시각장애 및 뇌병변장애인이 각 2명, 신장장애인은 1명이다. 행정안전부는 합격자들에게 3주간의 공직 적응교육을 실시한 뒤 12월 초 해당 기관에 배치할 계획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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