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수민 (11·끝) 시력 잃은 뒤 진정한 신앙을 얻었다
오늘 내가 한남대 교수로 명예롭게 퇴직하며 인정받는 화학자의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공로는 모두 아내 김군자 권사에게 있다. 아내의 헌신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지내고 있거나 이미 세상을 떠나 있을지도 모른다.
아내는 나와 집안만 돌본 것이 아니라 중학교 화학교사를 40년간이나 했다. 아침이면 나를 태워 대학에 내려준 뒤 출근했고 다시 퇴근하면서 나를 태워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와 거의 일거수일투족을 같이하며 때론 조수가 되고 때론 비서가 되어 나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아니 거의 없을 정도까지 만들어주었다.
1인 3역 이상을 하는 아내는 정말 피곤하고 힘들었을 텐데 그런 내색을 거의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밝게 웃으며 즐겁게 일하기에 ‘미소천사’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신앙의 힘이 아니고는 힘들었을 것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미국에서 수술을 실패한 뒤 낙망 가운데 있을 때 미국장애인협회에서 찾아와 아내와 이혼할 수도 있으니 이에 대비해 자립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고 했었다. 그때 아내는 펄쩍 뛰며 난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외쳤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고 남편과 자식들에게 모든 사랑을 퍼 준 아내에게 나는 그저 빚진 자일뿐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부부에게 두 아들을 선물로 주셨다. 모두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보람 있게 살고 있다. 큰 아들은 뉴욕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했고 둘째는 법대 졸업 후 시애틀 워싱턴대에서 공부했다. 지금은 모두 유명 기업에 근무하며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다.
아이들이 예민한 사춘기일 때 남들처럼 함께 놀아주지도 못했는데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 이 역시 하나님의 은혜로 여긴다.
언젠가 크리스천으로 가장 바람직한 삶이 어떤 모습일까를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물질이 풍족하고 명예를 누린다고 해서 행복이 아님을 누구나 다 안다. 하나님이 늘 함께해 주시며 그 은혜와 감사를 느낄 수 있는 삶이라면 최고라는 생각이다.
나는 매일 아침 점자성경으로 성경을 5장 정도 읽는데 그 말씀의 깊이에 빠지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말씀은 우리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성경에는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치는 삶의 문제에 대한 거의 모든 해답이 들어 있다. 성경을 읽으면 지혜의 샘이 솟고 감사의 바다에 빠지게 된다.
시력이 없는 나는 남들보다 하나님과 더 많은 기도,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특권이다. 여러분은 기도할 때 눈을 감을 것이다. 그래야 집중을 하고 간절한 마음을 올려 드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24시간 모두 기도시간이 될 수 있다. 난 24시간 기도하는 남자라고 웃으며 말하곤 한다.
하나님은 작은 기도, 세밀한 기도를 모두 들으신다. 그리고 그 기도를 통해 영광을 받으시고 당신의 나라가 이 땅 위에 계속 퍼져 나가길 원하신다. 바빠서 기도할 시간이 없다고들 한다. 내가 아는 하나님은 기도의 양을 따지는 분이 아니시다. 자식이 조용히 다가와 ‘아빠!’라고 한마디 부르는 것만으로 우리는 그저 사랑스럽다. 하나님을 부르는 것, 찾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이루어진다.
많이 부족한 간증을 읽어준 국민일보 독자들에게 감사드리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말씀으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또 나를 아는 모든 분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여러분의 가정과 삶에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시길 기도한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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