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전병현 9월 17일부터 ‘Blossom(만개)’ 개인전… 전통의 오방색 보일 듯 말 듯 한국의 자연을 수놓다

그의 그림 ‘오솔길’ 속으로 들어가보자.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다. 다만 마음의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숲길은 노란 황토와 거무죽죽한 나무로 가득하다. 하얀 ‘오솔길’도 있다. 걸음걸이 하나 없이도 가을 서릿발 같은 기운이 온몸에 스며드는 느낌이다. 오는 17일부터 10월 10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Blossom(만개)’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여는 전병현(53)의 작품이다.

프랑스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20년 넘게 한지를 재료로 한국적 서정이 듬뿍 담긴 그림을 그려왔다. 3년 전 개인전에서는 백자 속에 담겨있는 꽃 정물과 생명력 넘치는 야생화를 전통적인 백색과 더불어 천연물감으로 만든 작가 고유의 은은한 색채를 통해 동양적 미감이 가득한 작품세계를 펼쳐보여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색의 깊이가 더해졌다.

‘산수유 마을’ ‘달빛 아래서’ ‘가을숲’ ‘세한도’ 등 50여점의 신작에는 전통의 오방색을 보일 듯 말 듯 채색하면서 곳곳에 숨겨진 한국의 자연을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격정적인 필치로 그려냈다. 작가는 “깊은 생각을 잠시 접고 보면 눈으로 만끽할 수 있는 자연이라는 놈들이 보이게 마련이다. 내 그림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한 자연”이라며 관람객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그의 작업은 파리 유학시절 배운 습식벽화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나무와 꽃 모양을 흙으로 빚은 뒤 석고를 부어 틀을 만든다. 그 위에 물로 이갠 닥종이를 부어 말리면 한지부조 형태가 된다. 캔버스에 이 부조를 찢어 붙이고 황토를 바른다. 그 다음 조선백자의 느낌이 나는 돌가루를 입힌 뒤 먹과 안료로 색을 내고 목탄으로 선을 그린다. ‘서양’의 틀에 ‘한국’을 담는 작업이다.

리얼리즘, 극사실, 색면추상, 사군자 등 다양한 실험을 거쳐 자신만의 한지작업을 개척한 작가는 “색으로 남고 싶다”고 한다. 신작 ‘나무’에서 보듯 그의 작품 특징이 흰색 이미지인데 색이라고? 전시 도록에 글을 쓴 손철주 미술칼럼니스트는 “화려한 색이 아니라 스며드는 색”이라며 “너와 내가 그림 안에서 화가의 마음을 따라 함께 느끼고 더불어 위안을 얻는 살가운 경험을 하게 하는 풍경”이라고 평했다(02-720-102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