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애옥] 위스콘신의 아들에게
아들, 미국영화 ‘포가튼’을 본 적이 있니? 텔리(줄리안 무어)는 어느 날 갑자기 너무도 사랑하는 외아들 샘이 사라지는 고통을 겪는다. 누군가가 주도하고 세상 사람들이 담합해서 그녀에게 아들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지워버리려 실험한다. 샘의 아버지를 포함한 다른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일은 일단 성공한다. 그러나 샘의 엄마인 텔리는 흔적조차 지워진 일상과 극한의 한계상황 속에서도 샘에 대한 기억의 끈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 기어이 아들을 되찾는다. 그녀는 이 세상을 향해 혼자 싸워도 절대로 잊지 못하는 것은 생명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식이라는 존재는 어떤 경우에도 어미의 깊은 심연에 핵과 원소로 남아 지워질 수 없는 생명력인 것이다. 그것은 심장이고 에너지이고 근원 아니겠니.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한국을 떠난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구나. 어제 처음으로 연결된 화상통화에서 “엄마, 여기는 별이 참 예뻐요!” 하는 말이 그저 고맙고 감사했단다. 삼 년을 대입 수험생으로 살면서 하늘 한 번 여유 있게 쳐다보지 못하고 뿌연 서울 하늘 아래서 고개 숙이고 다녔을 네가 아니니. 미국대학 신입생으로 숙제하느라 정신없다 하면서도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 나오는 목동처럼 네가 별을 보며 살 수 있음은 분명 축복이다. 목동은 아름다운 것만 생각하게 하는 맑은 별들을 보며 순전한 영혼을 지켰다는 대목이 떠올려진다. 네 마음 밭에도 별들이 쏟아지기를 바라본다.
남들보다 더 많이, 더 오랜 시간 실패하며 준비해온 유학생활이니만큼 잘 해낼 줄로 믿는다. 숙성되고 발효된 음식이 더 깊은 맛이 나고 몸에도 좋은 것처럼. 그러면서도 한 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는 어미로서는 내 품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간 자식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그립고 걱정 되고 기도가 절로 나오는구나. 걱정이 반찬이면 상다리가 부러지는 마음이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어미라는 존재의 섭리가 아닌가 한다.
기억나니? 아마 네가 예닐곱 살 때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물었던 말, “엄마, 나 얼마만큼 사랑해?” 그 질문에 지금도 그때처럼 똑같이 대답할 수 있단다. “백화점 백만 개 주어도 우리 진이랑 안 바꾸지! 저 하늘의 별들과 저 하늘의 달과 저 하늘의 해님 다 합쳐도 우리 진이랑 안 바꾸∼지!”
아들, 어머니라는 위대한 이름으로 살게 해주어 고맙다. 오늘의 나 되는데 자식인 네가 수고해 주었다. 어디에 있든지, 어느 시간에 있든지 우리 ‘지금 여기(now & here)’를 살자. 그리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좋고 나쁜 경험들을 잘 만나주고 상대해주자.
빨강 양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빨강 양말을 신어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하였다. 빨강 양말도 신어보고, 꿈을 좇아가보자.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 하지 않았니. 세상은 저지르는 자의 몫이라는 말도 있다. 네가 별을 바라볼 수 있으니 이미 넌 삶의 예술가다. 벌써 겨울이 오고 있다는 위스콘신에서 만나는 한가위 보름달만큼 완성되어져 가는 너를 기대한다.
김애옥(동아방송예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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