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이 구경 가는 사옥 직접 둘러보니… 소극장·샐러드바 온통 직원 놀이터

Է:2010-09-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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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이 구경 가는 사옥 직접 둘러보니… 소극장·샐러드바 온통 직원 놀이터

최고경영자(CEO)들이 구경하러 오는 회사가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현대카드 사옥이 대표적이다. 사옥이 대단하더라는 소문이 몇 년 전부터 나기 시작해 지금까지 100여 팀이 견학을 했다. 기업체나 언론사는 물론이고, 청와대와 서울시에서도 찾아온다. 이석채 KT 회장은 두 번이나 방문했다고 한다.

현대카드가 전통의 명소라면 경기도 분당의 NHN 사옥은 신흥 명소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입주를 완료한 NHN 신사옥을 보러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삼성가(家) 딸들이 다녀갔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방문했다.

두 회사에는 뭐가 있는 것일까? 지난 7일 구경에 나섰다.

NHN ‘카페처럼’

지하 2층 주차를 한 후 차문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새소리가 들린다. ‘청각인지형 주차장’이란다. 주차장 층별로 나는 소리가 다르다. 파도 소리, 개 소리, 종소리…. 소리로 주차한 층을 기억하게 한 것이다. ‘그린 팩토리’라는 이름을 가진 NHN 사옥은 주차장부터 남달랐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에 층을 누르는 버튼이 없다. 열림과 닫힘, 버튼은 두 개뿐이다. 밖에서 층을 누른 후 타야 한다. 오르내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볼수록 재미있는 회사다.

1층 유리로 바른 외관은 꽤나 차가운 느낌인데, 건물 내부의 바닥과 벽에는 나무를 많이 써서 그런지 따뜻한 분위기가 난다. 1층은 꽤 넓은데, 그 중 반이 도서관이다. ‘라이브러리 1’로 명명된 이 도서관은 내부 계단을 통해 2층까지 이어진다. 회사에 웬 도서관인가 했더니, 지식과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NHN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도서관이라는 설명이다. 이 도서관은 이달 말부터 주민들에게도 무료로 개방된다.

4층 전체가 카페다. 그래서 층 이름도 ‘그린 카페’다. 직원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직원들이 카페에서 회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회의실 기능을 겸해 카페 공간을 크게 만들었다. 오전 11시인데도 직원 100여명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내에서 4000원 넘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700원에 제공된다. 의자도 하나하나 다 다르다.

카페 한 귀퉁이에 ‘엔터치존(N-Touch Zone)’이 있다. 날개 없는 선풍기, e북, 3D 노트북, 스마트폰 등 아직 국내에서 시판되지 않는 신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누구든지 만져볼 수 있다.

16층 ‘서포트 16’이라고 불리는 층이다. 은행, 택배회사, 여행사, 보험사, 양호실, 결혼준비회사 등이 층 전체를 채우고 있다. 직원들이 업무 외적인 개인 용무를 처리하는 곳이다. 양호실은 밤샘한 직원들이 와서 낮잠을 자는 곳이기도 하다.

24층 사무공간은 어떤가 보려고 들렀다. 홍보실을 비롯한 몇 개 부서가 이 층을 쓰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의자. 100만원이 넘는다는 에어론 의자를 전 직원에게 제공했다. 중심부에는 광장 역할을 하는 ‘하이브(Hive)’라는 공용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쉬거나 회의를 하는 곳으로, 층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양치를 하는 공간이 화장실과 분리돼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치카치카룸’이라고 부르는데, 남이 볼일 보는 공간에서 이를 닦는 게 불편하다는 직원들의 얘기를 반영한 것이다. 또 하나 독특한 것은 계단이다. 건물 내 비상계단은 보통 문으로 가려놓는데, 여기서는 환하게 드러냈다. 직원들의 계단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27층 가장 높은 곳이다. 최고층이라면 흔히 대표 등 회사 중역들이 포진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캐주얼 복장의 젊은 직원들이 북적인다. 다양한 형태의 회의실과 소극장, 샐러드바가 있는 ‘미트(Meet) 27’이다. 4층 ‘그린 카페’, 16층 ‘서포트 16’에 이은 또 하나의 직원 공간이다. NHN은 지상 27개 층 가운데 3개 층을 온전히 직원들에게 내주었다.

이 회사에는 유독 회의실이 많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회의실이 왜 필요할까 싶을 정도다. 어느 층이나 서너 개씩 회의실이 있고, 어느 공간에서나 삼삼오오 회의가 진행 중이다. 3층과 27층은 아예 회의실로만 이루어진 층이다.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중심이 된 회사라서 워낙 회의가 많고,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 빌딩에는 3200여명이 근무한다.

현대카드 ‘호텔처럼’

옥상 현대카드는 인접한 두 개의 빌딩을 쓰고 있다. 1관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국회 앞마당과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1관 옥상에는 기차가 돌아다닌다. 빙 둘러 철로를 깔아놓았고, 자전거처럼 페달을 굴려 이동시키는 4인용 레일카 2대가 그 위를 오간다. 기차를 올려놓은 옥상은 여기가 광화문광장에서 스노보드 대회를 열고, 가수 스티비 원더를 초청해 콘서트를 여는 그 회사, 현대카드의 사옥이라는 걸 말해준다.

10층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이다. 다들 정장 차림이다. 인테리어와 집기는 흰색과 회색으로 통일돼 있다. 일체의 장식성이 배제된 미니멀리즘이 공간을 지배한다. 세련됨과 정교함, 혁신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카드의 기업문화가 사무실에도 고스란히 적용돼 있다.

옷장을 따로 마련한 것이라든지 사적인 통화를 위한 공간으로 복도에 전화 부스를 설치한 것은 공간 배치를 둘러싼 이들의 고민이 얼마나 예민한 것인지 알게 한다. 층마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직원 휴게실을 두었다. 휴게실 안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몇 개 놓였고 냉장고와 정수기, 커피머신 등이 준비돼 있다.

1층 버튼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NHN에서 본 그 엘리베이터다. 1층 중앙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줄리안 오피의 LED 설치작품이 놓였고, 그 오른쪽은 카페로 꾸몄다. 여기 있는 ‘카페 M’은 여의도 일대에서 가장 분위기 좋은 카페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카드에 속한 것이라면 뭐든지 시시한 게 없다는 자존심이 엿보인다. 안내 데스크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과일 바구니가 놓인다. 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과일을 골라 들고 사무실로 올라간다.

지하 2층 견학 오는 사람들이 제일 놀라는 공간이다. ‘서비스 존’이라고 부르는데, 1관과 2관의 지하 2층을 연결해 전체 공간을 직원 복지 시설로 채웠다. 구두방이나 세탁소, 문서수발실, 컴퓨터 수리실 등이 늘어서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관으로 넘어가면 햄버거 가게, 헬스클럽, 사우나실, 골프 연습장 등이 이어진다. 시설이나 서비스가 웬만한 호텔보다 낫다는 평가다. 지하 2층을 거닐다 보면 회사가 아니라 호텔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2관 1층 2관은 한창 리모델링 중이다. 현대카드는 공간을 쉼 없이 리모델링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엘리베이터를 가운데 두고 한쪽엔 소극장이 만들어지는 중이고, 다른 한쪽엔 ‘더박스’라는 바(Bar)가 준비되고 있다. 사옥 안에 술집을 만들겠다는 발상도 평범하지 않지만, 그 안에 설치되는 ‘통곡의 벽’은 놀랍다. 이 벽에서는 현대카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의 영상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자신의 치부를 전시하겠다는 것이다.

대다수 기업은 흡연공간을 없애는 중이지만 현대카드는 1층 로비에 공항 흡연실을 옮겨다놓은 듯한 흡연자 공간을 마련했다. 흡연실은 의자 하나, 재떨이 하나까지 반짝거린다. 로비에 배치된 탁자 위에는 화장실에서 쓰는 것보다 3배쯤 큰 두루마리 휴지가 놓여져 있다. 메모지란다.

2층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품들이 가득한 1층을 지나 2층에 오르면 40평 규모의 도서관이 나온다. 1관에 있던 도서관을 확장 이전한 것이다. NHN의 ‘라이브러리 1’보다 규모는 작지만 서가는 제법 단단하게 꾸려졌다. 직원들이 주문하는 책이라면 해외에서라도 구매해 준다고 한다. 카드회사에 왜 도서관이 필요한지 궁금했다. 홍보실 이영묵 과장은 “현대카드는 굉장히 트렌디한 회사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회사”라며 “도서관은 아이디어 창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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