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가 日에 아로새긴 K-POP… ‘걸그룹’ 카라·소녀시대가 계보 잇나
“일본 그룹 ‘캔디즈’와 ‘핑크레이디’(1970년대 일본에서 활약한 걸그룹)를 합친 것보다 더 역동적이고 대단하다.”
일본 인기 영화 ‘데스노트’의 감독 가네코 슈스케가 한국의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를 보고 한 말이다. 일본 유명 개그맨 게끼단 히토리는 지난해부터 여러 프로그램에서 “카라라는 한국 그룹에 푹 빠져있다”며 공공연히 카라를 예찬한다.
한국 걸그룹에 대해 일본에서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9시 뉴스에서 ‘여성들에게 인기, 한국의 걸그룹’ 5분짜리 리포트에서 포미닛, 카라, 소녀시대 등 일본에 상륙한 한국의 걸그룹을 집중 조명했다.
소녀시대의 DVD가 3만장 넘게 팔리고, 카라의 싱글 앨범 ‘미스터’가 오리콘 차트 5위에 오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10여년 전에도 인기 정상이던 국내 걸그룹들이 야심차게 일본으로 진출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음반을 낸 뒤 인기를 얻지 못하자 소리소문없이 국내로 들어온 게 다반사 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본에서 어느 정도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카라의 인기는 동방신기 덕분”=1997∼2000년 SES 핑클을 필두로 한 ‘걸그룹 1세대’가 국내 가요계에서 맹활약을 했다. 1998년 국내에서 인기 정점을 찍었던 SES는 일본으로 날아갔다. 2000년에는 베이비복스, 2004년에는 쥬얼리, 슈가도 일본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반응은 냉담했다.
당시 일본에는 케이팝(K-POP·한국 대중가요) 자체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2004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유명한 한국 가수는 보아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많은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서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다.
오리콘차트는 지난 2일 칼럼에서 “걸그룹을 대표로 한 K-POP이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역시 동방신기의 공로”라며 “그렇지 않고서야 CD가 3만장이나 갑자기 팔리고 이벤트에 2만명이나 몰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5년 일본에 진출한 동방신기가 성공을 거두면서 K-POP의 인지도는 오르기 시작한다. 류시원 김정훈 솔로 남자 가수들이 자리를 잡았고 SS501, FT아일랜드, 빅뱅 등 보이(Boy)그룹도 가세했다. 동방신기가 한해 일본에서 벌어들인 수익만 900억원이고, 빅뱅이 ‘제51회 일본레코드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을 정도로 K-POP은 일본 가요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는 “일본은 보아와 동방신기, SS501을 통해서 힘찬 안무와 강한 후렴구의 노래를 경험했다. 이 과정이 없이 한국의 걸그룹을 봤다면 인형같고 귀여운 자국 걸그룹에 익숙한 일본인들은 이질감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현재 걸그룹은 K-POP이 일본에서 안착된 상태에서 진출했기 때문에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걸그룹 인기 오래 갈까=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일본에서 한국 걸그룹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들이 장기적으로 ‘신한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언어 능력과 음악성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지적되는 문제가 언어 능력이다. 일본에서 스타성을 갖추려면 앨범 시장뿐만 아니라 예능·드라마 등 TV에서의 활발한 활동이 전제돼야 한다. 동방신기가 대표적인 예다. 동방신기는 2005년 일본 데뷔 당시 일본어가 미숙해 활동폭이 적었지만 점차 언어실력을 쌓아 지금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본 출연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하지만 얼마전 진출한 카라는 일본 방송에서 MC의 말을 못 알아듣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 진출하는 걸그룹들이 음악적인 성취보다 선정성에 집중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과감한 노출과 자극적인 음악은 곧 싫증을 불러오기 때문에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노준영 음악평론가는 “걸그룹이 지금 유행이지만 트렌드가 끝나면 시들해질 수 있다. 일본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동방신기나 보아처럼 자신의 색깔을 확고히 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음악적으로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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