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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박영범] ‘근로시간면제’ 연착륙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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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는 법이 시행되면서 노조활동의 급격한 위축을 우려해 지난 7월 1일 도입된 근로시간면제제도가 산업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행 한 달이 되는 7월 말 현재 올해 7월 이전에 단체협약이 만료된 100인 이상 사업장 1350개의 64%인 865개 사업장에서 근로시간면제와 관련된 단협을 체결했거나 잠정합의했다. 근로시간면제에 관한 합의를 한 사업장의 96.2%인 832개 사업장에서 시행령이 정한 근로시간면제의 한도를 적용하기로 합의했고 법을 위반한 합의를 한 사업장은 33개에 불과했다.

민주노총의 무력화 투쟁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핵심사업장인 타타대우상용차, 한국델파이, 현대삼호중공업 등에서도 근로시간면제제도가 도입됐다. 공공기관의 경우 단협 만료 사업장 54개 중 64%인 35개 사업장에서 모두 법에 정한 기준을 준수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잘못된 관행은 빨리 고쳐야

그러나 근로시간면제제도가 연착륙하는 데는 여전히 불안요소가 있다.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근로시간면제제도의 무력화 투쟁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사업장 중 50% 정도만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금속노조 사업장 중 단협이 만료된 사업장의 37.3%에서만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고 도입을 합의한 사업장 중 42%인 29개에서 시행령에 정한 한도를 초과한 합의를 했다. 금속노조는 올해 단협 갱신 대상 사업장 170개 중 110개에서 전임자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해 단협을 체결한 대원강업 등 14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자율시정을 권고했고 삼원강재 등 15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면제 한도를 초과해 7월분 급여를 지급한 2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근로시간면제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은 노조가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노사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노조가 할 때 노조도 당당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 노조의 노조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근로시간면제제도도 사용자의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경우 노조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는 것을 배려한 과도기적 조치이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를 사용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별노조체제인 일본도 노조전임자 급여는 노조가 부담하고 있다.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도입하면서 현대중공업 등 일부 대규모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부담하는 근로시간 면제자 외에 노조가 급여를 부담하는 전임자를 별도로 두기로 합의한 것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현대중공업 사례는 고무적

중소노조의 경우 시행령으로 정한 근로시간면제의 한도는 실태조사에 기초해 정한 것이기 때문에 한도를 준수하는 합의를 해도 노조활동은 위축되지 않는다.

향후 고용노동부는 7월분 급여가 지급되는 8월부터 대규모 기업,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준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위반한 고용주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하고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법처리 등 강력한 조치를 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단속만으로는 이면합의에 의한 노사담합을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노사, 특히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노사관계의 근원적 선진화를 이룩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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