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명까지 위협하는 ‘악성루머의 덫’
특정종교가 인수, 일본 자본 유입, 워크아웃 대상, 뇌물제공… 說說
나쁜 소문은 위험하다.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근거가 없는데도 의심 없이 믿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보니 해명을 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이처럼 쉽게 통제되지 않는 유언비어에 기업들이 휩싸이는 때가 종종 있다. 가라앉지 않는 유언비어 때문에 몇 년 동안 골머리를 앓는 기업이 있는가하면 소문의 근원지를 찾아 법적 대응을 하는 곳도 있다.
샤니, 삼립식품,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SPC그룹은 특정 종교가 인수한 기업이라는 유언비어에 몇 년째 시달리고 있다. 소문의 근원은 알 수 없지만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2007년쯤부터다.
SPC를 둘러싼 유언비어는 매출액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유언비어 때문에 점포 근처의 한 단체에 정기적으로 빵을 납품하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파리바게뜨가 이 종교와 관련된 기업이라는 소문을 듣고는 납품을 취소한 것이다. 파리바게뜨나 던킨도너츠 매장에 손님들이 직접 찾아와 “우리 동네에서 나가라”고 항의하고 불매 사태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SPC그룹은 이 종교와 무관하다. 1945년 ‘상미당’이라는 상호로 출발한 SPC그룹은 68년 삼립식품공업㈜으로, 2004년 SPC로 이름을 바꾸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동서식품도 같은 유언비어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2008년 동서식품이 이 종교와 관련된 기업이라는 내용의 강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졌다. 동서식품은 관련 동영상을 유포한 한 종교문제연구소에 항의해 사과문을 받았지만 아직도 이 소문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진로는 2006년 일본자본이 유입된 회사라는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일본으로 외화가 유출된다는 유언비어가 떠돌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진로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 광고를 내는데 3억원 이상을 써야 했다. 진로는 이 같은 소문을 낸 경쟁기업 홍보대행사를 상대로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대우차판매는 지난 1월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림산업은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루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두 경우 모두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진로처럼 소문을 낸 당사자를 찾으면 법적 대응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언비어는 근원지를 찾기 어렵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법적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기업은 강경한 대응이 오히려 소문을 확산시키고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데 그치기도 한다.
SPC그룹 한 관계자는 “악성 루머 때문에 입은 피해액을 수치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피해와 정신적인 고통까지 더해지면 피해 규모는 상당하다”며 “하지만 소문의 근원지를 추적해 들어가면 모두 언급을 회피하고, 완전히 소문을 차단하기란 불가능해 대책 마련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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