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우리江을 걷는다] ② 정선 골지천길과 꽃벼루재길

Է:2010-07-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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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우리江을 걷는다] ② 정선 골지천길과 꽃벼루재길

임 향한 그리움인가 연초록빛 물길도 아라리가 났네

한강의 최상류 하천인 골지천은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해 북쪽으로 흐른다. 삼척 광동호에서 잠시 숨을 고른 골지천은 정선 임계면에서 임계천과 합류해 서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송천과 만나 조양강으로 이름이 바뀌는 아우라지까지 정선아리랑 가락처럼 구절양장 한을 품고 흐른다.

골지천이라는 이름은 고기리(高基里)에서 비롯됐다. 터가 높은 곳에 있어 고기리로 불리던 마을이 일제강점기 때 골지리로 바뀌면서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도 골지천으로 이름이 굳어졌다. 아우라지 처녀처럼 소박한 골지천길의 출발점은 정선 임계면 낙천리의 미락숲. 느릅나무과의 비술나무 수백그루가 짙은 그늘을 드리운 미락숲은 골지천의 퇴적물이 쌓여 생긴 하중도(河中島)에 조성된 인공숲이다. 미락숲은 나무다리를 만들기 위해 조성되었다. 장마에 나무다리가 떠내려가면 비술나무를 벌채해 다시 다리를 놓았다. 그런데 1970년대 말 주민들이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시멘트다리를 놓으면서 진 빚을 갚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 목재로 팔았다고 한다. 이때 살아남은 비술나무 몇 그루는 지름이 50㎝가 넘는 고목으로 성장했다. 지름 25∼30㎝인 나무는 그 후에 심은 것.

35번 국도와 나란히 달리는 골지천길은 옛 35번 국도, 강둑길, 강변길, 마을길, 산길 등으로 이루어져 풍경이 수려하고 고향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고랭지 배추 수확이 한창인 강둑길을 달려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면 구미정(九美亭)이 강변에 꼭꼭 숨어있다. ‘신기전’ ‘추노’ ‘선덕여왕’ 등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구미정은 골지천 옆 바위 위에 고즈넉하게 올라앉은 정자로 숙종 때 이조참의를 지냈던 이치가 사화를 피하기 위해 은거했던 곳.

‘구미’는 골지천 너럭바위에 지어진 정자 마루에 앉아 즐길 수 있는 아홉 가지 경관으로 물고기를 잡기 위해 삿갓(통발)을 놓아 잡는 물막이인 어량(漁梁), 밭두둑을 뜻하는 전주(田疇), 골지천 안에 있는 넓고 편편한 바위섬인 반서(盤嶼), 층층으로 이루어진 절벽인 층대(層臺), 정자 뒤편 반석에 위치한 작은 연못인 석지(石池) 등을 뜻한다. 하지만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의 눈으로는 구미의 속살을 제대로 느껴볼 수 없다.

구미정의 풍경에 취한 골지천길은 흐르는 강물에서 피서를 겸해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을 굽어보며 산수화 속을 달린다.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할 정도로 물고기가 많다는 임계면 반천리의 어전동(魚田洞)을 지나면 여량면 봉정리가 나온다.

여량(餘糧)은 식량이 남아돌 정도로 넉넉하다는 뜻. 강원도 첩첩산골에 무슨 농토가 있을까 싶지만 막상 여량리를 돌아보면 꽤 넓은 농경지가 마을을 감싸고 있다. 그만큼 골지천의 폭도 넓고 수량도 풍부해 벼는 나날이 키를 더하고 옥수수는 몸을 불리고 있다.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물살이 느린 골지천은 순한 여성 같다고 해 음수로 불린다. 반면에 여량에서 골지천과 만나는 송천은 물살이 빠르고 급한 형상이 남성을 닮아 양수로 불린다. 음수와 양수가 만나는 아우라지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오지 없을 리 없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 / 사시장철 임 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 애정편의 발상지이다. 여량에 살던 처녀와 강 건너 송천에 살던 총각이 간밤에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 나룻배로 강을 건널 수 없게 되자 서로 멀리서 바라보며 정선아리랑을 불렀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올동백은 이른 봄에 피는 생강나무를 말한다.

아우라지에는 가슴 아픈 실화도 전해온다. 1932년에 결혼을 앞둔 가난한 총각이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뗏사공이 되었으나 익사해 돌아오지 않자 애타게 기다리던 처녀가 아우라지 푸른 강물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아우라지는 한양으로 보낼 목재를 뗏목으로 엮어 내려 보내던 최상류의 강으로 뗏사공에 얽힌 숱한 애환들이 전해온다.

많은 돈을 뜻하는 떼돈도 뗏사공에서 비롯됐다. 송천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면 여송정이라는 정자 앞에 세워진 아우라지 처녀상이 흐르는 강물을 애타고 바라보고 있다. 불어난 강물로 만나지 못하는 연인이 없게 하려는 듯 몇 해 전에는 골지천을 가로지르는 오작교라는 관광용 다리가 세워졌지만 아우라지의 전설과는 어울리지 않아 어색하기만 하다.

여량의 정선아리랑전수관 앞에는 송천 하구의 삼각주에 위치한 가금마을을 연결하는 나룻배 한 척 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나룻배는 옛날에는 장대로 밀고 가는 삿대배였으나 지금은 강 양쪽에 설치한 줄을 잡아 당겨 가는 줄배다. 아우라지 연인의 전설을 술술 풀어내는 구수한 입담의 뱃사공이 골지천길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골지천길은 여량에서 막을 내린다. 그러나 여량에는 나전까지 10㎞ 구간을 조양강과 나란히 달리는 꽃벼루재길이 짙은 녹음 속에 꼭꼭 숨어있다. 꽃벼루재길은 42번 국도가 건설되기 전 여량면과 북평면을 연결하던 유일한 산길이다.

꽃벼루재길은 진달래가 가장 먼저 피는 벼랑길이라는 뜻. 한때 방치됐던 꽃벼루재길은 태풍 루사와 매미가 42번 국도를 유린했을 때 여량면과 북평면을 연결하는 소통의 역할을 하면서 시멘트로 포장됐다. 덕분에 산길을 걷는 호젓한 맛은 덜하다. 하지만 소나무 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벼랑 아래 조양강은 아우라지의 전설을 싣고 꿈결같이 흐른다.

정선=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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