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용 칼럼] “선생님 왜 교원평가 안해요?”
“한국 교육 미래를 짊어진 곽 교육감, 진보진영 압박에 흔들리지 말아야”
지난주 경남 창원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갑자기 교체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날 비가 많이 내려 여교사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음에도 한 학생이 운동장에서 놀다 흠뻑 젖어 교실에 들어왔다. 담임은 학생 집에 전화를 걸어 “애가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 체벌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부모는 “자녀 교육을 위해 그렇게 해도 된다”고 승낙을 했다.
하지만 이날 아이의 등과 어깨 등에서 피멍 자국을 발견한 부모는 학교에 강력히 항의했고 결국 담임 교체라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고등학교 여교사인 친지로부터 들은 얘기 또 하나. 두 여학생에게 방학 과제를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는데 마감일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그중 한 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선생님, 근데 왜 우리 학교는 교원평가 안 해요? 다른 학교는 다 했다던데”라며 당돌하게 되묻더란다. “우리 학교는 2학기에 한다”고 말해 주고는 어이가 없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업태도가 좋지 않은 이 학생은 얼마 전 다른 교사로부터 교무실로 불려와 야단맞은 적이 있었다.
‘그래, 교원평가를 하면 너를 야단 친 교사에게 보복하겠다는 거구나!’ 하는 씁쓸함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이럴진대 교사들과 거의 접촉이 없이 자녀의 말로만 교원의 모습을 상상하는 학부모들이 과연 교사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진보성향 교육감의 대거 등장으로 우려했던 일들이 동시다발로 터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을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물의를 빚자 각급 학교의 체벌을 전면 금지시켰다. 급조된 체벌금지 지침에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철학인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개입됐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교실 내 교사 폭행이나 희롱 또한 다반사이고, 교원의 94%가 교권 붕괴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체벌금지는 교사이기를 포기하고 교육적 방관자가 되라는 말과 똑같다.
곽 교육감은 최근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교사)에서 일부 학교 학생들이 시험을 집단 거부한 것에 대해 “내 불찰도 있다”며 사과했다. 또 이미 결정된 교장공모제에 뒤늦게 ‘교사참여’라는 딴죽을 걸고 나와 교과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당선되자마자 정책을 뜯어고치고 급조해 내면서 속출하고 있는 난맥상들을 볼 때 교육의 미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미국 공교육 개혁의 전도사 미셸 리 워싱턴DC 교육감은 지난주 전체 교사의 약 6%인 무능교사 241명을 해고했다. 우리나라도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 썩어 곪아온 비리 교장과 폭력 성추행 교사 퇴출과 함께 다양한 교육 개혁이 진행 중이다.
사회의 제도나 관습은 법만 고친다고 일거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이야말로 신중한 개혁이 필요하다. 가장 민감한 현안인 학업성취도평가와 교원평가제를 놓고 진보-보수 교육감의 견해 차이가 워낙 커 협의를 하더라도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전국 학생의 과반을 차지하는 서울과 경기도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특히 전국의 바로미터인 서울시 교육정책은 파급력이 크다. 곽 교육감은 ‘전교조와 교총을 아우르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한 강원-전북도 교육감과는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문제는 진보 진영까지 곽 교육감을 흔드는 데 있다. 선거 때 곽 교육감을 지지했던 학부모단체와 민주노총은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하라”며 압박했다. 교육은 선거 전리품이 될 수 없는데도 숨죽였던 전교조가 활개를 치고 민주노총이 일제고사 문제까지 개입할 정도다.
교육감선거에서 곽 교육감의 지지율은 34.4%에 불과했다. 그를 찍지않은 65%의 의사도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한국 교육의 미래를 짊어진 곽 교육감이 먼저 중심을 잡아야 우리의 교육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수석논설위원 h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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