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옥선희] 구로사와 아키라 보는 즐거움

Է:2010-07-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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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옥선희] 구로사와 아키라 보는 즐거움

영화제 기간에는 정말이지 하루가 48시간으로 늘어나면 좋겠다. 보고픈 영화, 봐야 할 영화는 많은데 하루를 온전히 바쳐도 3편 보는 게 고작이다. 거기다 영화제가 겹치면 내일은 어느 영화제로 가야 하나, 책자를 뒤적이며 고민하다 잠을 설치기 일쑤다. 결국 마음이 기우는 것은 고전 명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신 한국영상자료원(www.koreafilm.or.kr)에서 열린 ‘구로사와 아키라 탄생 100주년 특별전’으로 발길을 돌린 것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2010년은 ‘일본 영화계의 천황’ ‘20세기 영화의 셰익스피어’로 추앙받는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1910∼1998)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100주년 기념전은 그의 작품 21편을 필름으로 볼 수 있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였다. 부지런한 영화학도와 팬들이 미리 표를 받아가는 등 한국영상자료원은 모처럼 매진 안내 고지를 해야 할 정도로 붐볐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초기 흑백 영화들을 보며 나는 위대한 영화 작가의 고전을 봐야 하는 이유를 새삼 마음에 새겼다. 이런 영화를 반세기 전, 30대에 내놓았다니. ‘영화의 신’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싶으면서도 신의 편애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난한 연인의 하루를 그린 ‘멋진 일요일(素晴らしき日曜日·1947)’은 신인 배우의 연기 지도, 빼어난 음악 사용에다 마음의 움직임을 흔들리는 전철 손잡이, 빗물 흐르는 유리창, 물 고인 세숫대야, 바람소리와 구르는 낙엽으로 상징하는 등, 요즘 영화들이 흉내낸 원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주인공이 가난한 자신들을 응원해 달라고 호소하자 관객은 한마음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스크린 너머 이야기가 아닌 나의 사연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했다.

막심 고리키 원작의 ‘밑바닥(どん底·1957)’은 연극 스타일 영화답게 인물의 들고 남과 인물 배치 구도, 배우의 연기력으로 압도했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대표작으로 ‘라쇼몽(羅生門·1950)’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1954)’ ‘카게무샤(影武者·1980)’ ‘란(亂·1985)’ 등을 꼽지만 32편 모두 대표작이요 세계 영화사의 고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우리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수집, 보관, 연구하며 고전을 DVD로 출시하고 책도 펴내는 국가 기관이다. 교육과 강연도 수시로 열리고, 영화박물관 견학, 자료 열람도 할 수 있다. 좋은 시설을 갖춘 3개 영화관에선 모든 영화를 무료로 보여주고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전은 7월 24일부터 이화여대 후문에 있는 필름 포럼, 8월 10일부터는 시네마테크부산으로 이어진다. 한국영상자료원의 8월 일정에는 로베르 브레송전, 임권택 감독 전작전 등이 잡혀 있다. 폭염보다 뜨거운 영화의 축복이 이어진다.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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