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싸고 전운… 학업성취도평가 앞두고 교과부-진보 교육감 기싸움

이달 13∼14일 치러지는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학생·학부모 선택권을 강조하는 반면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할 경우 직무이행명령 발동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교과부는 6일 “학업성취도 평가는 초중등교육법 제9조에 따라 시행되는 만큼 교육감과 각급 학교에서 거부할 권한이 없다”며 “일선 교육청에서 학업성취도 평가를 방해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으로 구성된 일제고사 폐지 시민모임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민병희 교육감의 지시로 사실상 학교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보내기로 해 교과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학생·학부모의 체험학습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 학교장이 이를 존중하고, 학교에 미응시자가 있을 경우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계획 보완안’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최근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학업성취도 평가를 원하지 않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있을 경우 학교별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감이 주관하는 진단평가 등은 몰라도 국가가 직접 주관하는 시험을 막는 것은 엄연히 현행법 위반”이라며 “학생·학부모에게 선택권을 부여할 경우 지방자치법에 따라 해당 교육감에게 직무이행 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도 교육감이 직무이행 명령을 받아들이더라도 체험학습을 하는 등 시험을 거부한 교사에 대해선 경징계가 내려질 전망이다. 교원 징계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이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현장 체험학습을 승인한 교장에 대해 교과부가 징계를 요구한다 해도 징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한 교사에 대해 경징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교과부는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을 9월 중 응시생에게 개별 통보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평가 정보는 우수,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4단계로 구분된다. 교과부는 또 180개 지역교육청별 학력공개(초·중학교)와 16개 시·도별 학력공개(고교) 자료를 올 연말 발표할 예정이다.

모규엽 기자, 전국종합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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