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뎀나무] 공이 없을 때 뛰어라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눅 11:3) ‘나에게’가 아니라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한다. 나 혼자 잘되기를 원하는 기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라는 말은 원래 울타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서울은 좋은 울타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한국식 표현에 ‘우리 남편’이 가능한 것이다. 여러 여자의 공동 소유의 남편이 아니라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남편이라는 뜻이다. 공동체 안의 형제를 공격해서 울타리를 깨는 것은 곧 자신을 죽이는 행동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라이언 긱스라는 전설적인 공격수가 있다. 박지성도 한국 대표팀에 한명을 데려온다면 긱스를 데려오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전성기 때 긱스를 막을 선수는 없었다. 그런데 긱스는 월드컵에서 한번도 볼 수 없었다. 왜? 그의 조국 웨일스가 월드컵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긱스는 잘했지만 다른 10명이 제대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나보다 우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그 프로 중에 술 취한 사람이 나와서 “국가가 내게 해 준 게 뭐야”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정신건강에 별로 좋지 않은 대사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보험 체계를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체육대회 때 부상을 입은 형제가 며칠 입원 치료를 받았다. 나온 병원비는 70만원이었다. 미국 같으면 1만 달러 정도 나올 부상이었다. 대학교수 한 분이 안식년으로 미국에 가 있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몇 번 치료에 5000달러가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귀국했다. 치료비가 3만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왕복 비행기 표보다 쌌다고 한다. 사촌 형수가 미국에서 암으로 죽었다. 한국에 있었으면 살았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 신분 문제가 있어서 귀국도 못하고, 비싼 병원비에 병원도 못 가다가 죽은 것이다. 이래도 국가가 해준 것이 없는가?

철야 끝나고 밤 2시 남산에 오른 4명의 자매가 있다. 안전하게 돌아왔지만 가슴이 철렁했다. 밤 2시에 으슥한 산길을 걸어도 안전한 나라가 흔한 것이 아니다. 이래도 국가가 해준 것이 없는가?

어떤 80세 넘으신 분이 예수 믿고 난 다음의 변화를 글로 남겼다. “나는 신발 작은 것도 잘 참는데, 왜 인간관계에서 참지 못하나?”라고 반성했다. 예쁘게 보이려고 발의 고통은 참으면서 공동체를 깨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박지성 선수는 “팬들보다 동료가 더 좋아하는 선수”라는 말을 듣는다. 왜? 그는 항상 더 좋은 공간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하고, 공을 가진 선수가 있으면 옆으로 가서 고립을 풀어주곤 하기 때문이다. 2009년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한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물었다. “우승의 비결은?” “공이 없을 때”라고 간단히 말했다. 볼 가진 사람보다 볼 가지지 않은 선수들이 공동체를 위해서 긴밀하게 뛸 때 우승까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공 없을 때 뛰라. 그것이 공동체를 살리는 길이다.

전병욱 목사(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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