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어르신 배려의 넓이와 깊이
‘다니엘 할머니’(Tatie Danielle·1990)는 인간관계의 허실을 돌아보게 하는 블랙코미디 프랑스 영화다. 노인은 어떤 인간관계를 원하는가 하는 점이 주제다. 2년 전 일본 체류 중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찮게 봤다.
다니엘 할머니는 심술 많은 고집쟁이다. 자신이 노인으로 취급당한다는 것, 특히 애써 마음 써주는 주변 사람들의 친절한 태도조차 늘 불만이다. 함께 살던 가정부가 사고로 죽자 유일한 혈육인 조카 집에서 얹혀살게 된다. 이후 할머니의 불만과 심술은 더욱 고조되고.
그러던 중 조카는 바캉스를 떠나면서 아르바이트생 산드린에게 할머니를 부탁한다. 그녀는 할머니에겐 별 관심이 없고 응석도 받아주지 않는다. 사사건건 대립하지만 차츰 할머니는 그런 관계 속에서 신선한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되고 어느 새 둘 사이엔 우정이 싹튼다.
영화는 이후 반전을 거듭하면서 할머니는 형식적으로만 예의바른 조카네 식구보다 티격태격하지만 산드린과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무난하게만 자신을 대하려는 조카네와 사뭇 다른 산드린의 태도에 공감을 표하는 다니엘 할머니.
일본의 임상심리학자 가와이 하야토는 ‘늙는다는 게 뭔가’(1997)라는 칼럼집에서 노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해 드리다”라고 지적한다. 자식이든 누구든 나이 든 어르신들께 하는 말마다 그런 식이 되면 노인들은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물 가져올까요”하면 될 것을 “물 가져다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은혜를 베풀어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싫다는 얘기다. “밖에 모셔다 드릴까요”보다 “산보 가시지요”가, “생선가시 발라드릴까요”보다 “생선가시 발랐어요”가 낫다는 얘기다.
어르신들은 기력이 약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려에도 넓이와 깊이가 있는 법이다. 먹는 물 챙기고, 함께 외출하고, 식사를 돕는 것 등이 배려의 넓이라고 한다면 그 과정에서 어르신의 눈높이에서 마음을 담아 접근하는 것은 배려의 깊이에 속한다.
어르신 모시기는 그래서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어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에 맞춰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7명 중 1명꼴로 정서적, 신체적 학대 내지 방임을 경험하고 있다. 그것도 가해자는 대부분 자녀 배우자 등 노인들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란다.
어르신에 대한 배려의 넓이와 깊이를 따져도 시원찮을 판인데, 이건 정말 아니다. 고령사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참 큰일이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