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 오리고 붙여 풀어낸 오묘한 말씀의 세계… 정혜례나 사모 조각전

서울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 100주년기념관에서 시골교회 사모의 조각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감신대 도서관은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의 회심 272주년을 기념한 이번 행사의 초대작가로 강원도 홍천 동면교회의 정혜례나 사모를 택했다. 2일 전시장에서 정 사모를 만났다.

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정 사모는 서울 신림교회 전도사였던 박순웅 목사를 만나 1991년 결혼했다. 남편은 농촌 목회에 대한 비전을 갖고 강원도 영월군 도천교회에서 3년을 목회한 뒤 94년 1월 동면교회에 부임해 지금까지 사역하고 있다. 부부는 1500평의 땅에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 등 농사도 짓고, 농산물 판매도 한다. 박 목사는 현재 농촌과 도시 간 농산물 직거래를 주선하는 농도생협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농촌교회 목회자의 아내이자 1남 3녀의 어머니, 농부(農婦)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정 사모는 넷째를 출산한 2001년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강원대 예술대학원에도 진학했다.

정 사모는 교회 앞마당을 작업장으로 삼았다. 작품 소재는 농촌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만난 것들 모두였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스케치하고, 설교를 듣는 중에도 영감이 떠오르면 스케치를 한 뒤 이를 작품으로 옮기는 식이었다. 대부분이 노인인 40여명의 성도들은 처음에 용접기로 철판을 자르고 붙이는 정 사모를 신기해했지만 점차 동면교회의 일상 풍경으로 받아들였다. 예배당 십자가, 창문과 벽면 장식 등이 정 사모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오전에는 김을 매고, 오후에는 작업을 했죠. 밥을 먹고 살듯이 작업은 나의 시골 삶 속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X-X(하나님 모습 그대로)’라는 주제로 40여점의 철제 작품이 출품됐다. 대부분 십자가와 예수님, 인간 군상을 표현한 것들이다. “X는 하나님이고, 다른 X는 우리 자신을 뜻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태어난 인간은 각종 ‘옷’을 입으려 하지만 하나님을 만나 이런 껍데기들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X로 설 수 있다면 그때 온전함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정 사모는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의 메시지는 목회자들의 설교뿐 아니라 이런 조각을 통해서도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회는 4일까지 계속된다. 수익금 중 일부는 정 사모가 올 여름 단기선교 활동을 나가는 캄보디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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