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볼 수 없는 ‘김제동쇼’

Է:2010-06-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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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언론 재벌이다. 이탈리아 7개 지상파 방송 가운데 3개가 그의 소유다. 또 총리로서 국영방송 고위 임원 인사마저 좌지우지하는 등 이탈리아 방송시장의 90%가 그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

선진국에선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같은 기형적 구조 탓에 방송에서 베를루스코니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랬다간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한다.

그의 말 한마디에 국영방송 ‘라이’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이 방송 저녁 메인 뉴스를 진행하던 최고 인기 여성 앵커가 사퇴했다. 뉴스가 지나치게 정부 편향적이라는 게 그가 내세운 표면적 이유이나 유무형의 압력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방송국 고위임원들에겐 방송의 공정성보다 베를루스코니의 심기가 더 중요한 관심사다. 이들은 베를루스코니가 뭐라고 하기 전에 알아서 기었다. 미국의 언론자유 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4월 발표한 ‘2010 국제언론자유보고서’에서 이탈리아를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분류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선진국의 대명사 G7 회원국 중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된 국가는 이탈리아가 유일하다.

이탈리아가 G20 회원국 한국보다 잘사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론 자유 측면에선 우리가 한수 위다. 한국은 일본, 대만과 함께 아시아에서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된 3개국 중 하나다. 미국의 잣대가 아니라 우리 관점에서 봐도 이탈리아에 비해 한국의 언론·방송 환경이 낫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과 이탈리아의 언론자유 점수(2009년 기준)는 단 2점 차에 불과하다. 한국은 ‘자유국’과 ‘부분적 자유국’ 경계선인 30점, 이탈리아는 32점(점수가 낮을수록 언론자유 척도가 높음)이다.

지상파에서 사라진 재담꾼 김제동씨 모습을 케이블 TV에서도 볼 수 없게 됐다. 김씨는 1일 소속사를 통해 대기업 계열의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될 예정이었던 ‘김제동쇼’ 진행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수 비를 섭외해 4월 21일 첫 녹화까지 마쳤으나 방송 예정일인 5월 6일이 지나고 6월이 돼도 방송 일자가 잡히지 않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항간에 떠도는 얘기처럼 방송 내용이 아닌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방송 기회를 박탈하기엔 그의 재능이 너무 아깝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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