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미래 한강에 묻다-한강개발, 성공이냐 실패냐] 보 설치 후 “수량증가” vs “수질악화”

Է:2010-05-27 21:31
ϱ
ũ
[4대강 미래 한강에 묻다-한강개발, 성공이냐 실패냐] 보 설치 후 “수량증가” vs “수질악화”

4대강 살리기 사업 취지에 공감해도 정부가 공사를 서두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한 곳에서 시범적으로 사업을 해보고 다른 지역으로 확대를 검토하는 게 옳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부 대답은 “시범사업은 한강에서 이미 이뤄졌다”는 것이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시범사업 구실을 했다는 뜻이다. 이른바 ‘효과’도 한강 정비를 통해 검증됐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정부는 “한강 정비 등 유사 사업의 추진 경험과 건설기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대강 사업의 완료시기를 2011년으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론자들은 이와 정반대로 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이 한강을 망쳤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수중보를 철거하고 습지와 백사장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대강 사업의 전례라고 볼 수 있는 한강종합개발사업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수질

정부는 한강 수질이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 크게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정부 4대강 사업 홍보자료에는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 2개를 설치한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 물그릇이 커진 한강은 생태계가 더 풍부해졌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반대론자는 한강의 수질 개선 문제가 단순하게 ‘개선됐다’ ‘아니다’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본다. 측정 지점에 따라 수질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상류는 예전보다 깨끗해졌지만 하류는 그렇지 않다.

팔당댐 상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1.5ppm 수준이지만 한강 하류인 신곡수중보 근처 BOD는 4.2ppm이다. 반면 낙동강 최하류 구간인 물금 인근 BOD는 2.4ppm이다. 낙동강 하류가 한강 하류보다 더럽다는 통념은 잘못됐다는 얘기다. 낙동강은 모래톱 덕분에 하류로 내려갈수록 중류보다 수질이 좋아지는 구간이 많다.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강 수질이 계속 개선되고 있지만 상류로부터 하류로 갈수록 수질이 악화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곡수중보보다 상류 구간에서 수질이 어느 정도 개선된 이유에 관해서도 정부와 반대론자는 시각이 다르다. 정부는 ‘물의 양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의 양이 늘어 오염물질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2개의 보 설치가 결정적이라는 의미다.

반면 반대론자는 하수처리에서 원인을 찾는다. 하수관거가 거의 100% 보급됐고 하수처리장이 증설된 점이 수질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잠실수중보 인근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98년 이후 3년 동안 개선되는 듯했지만 하수관거 보급이 완료된 2001년부터 다시 나빠지는 경향을 보였다. 허 교수는 현재 잠실수중보 하류 쪽은 COD 기준으로는 4급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반대론자는 하수관거 설치에도 불구하고 수질이 악화되는 주요 원인을 물을 가두는 수중보 2곳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오히려 가뭄으로 인한 수질 악화가 더 큰 문제이며 강물 양을 늘리는 게 근본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생태계

정부는 4대강 살리기를 홍보할 때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 황복이 돌아왔다. 강물이 넉넉해지니 생명이 살아갈 환경도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한강의 어류는 87년 42종에서 2007년 71종으로, 조류는 87년 39종에서 2007년 98종으로 각각 1.7배, 2.5배 늘었다고 자랑한다.

반대론자는 어종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외래종 증가에 의한 것이므로 어류 서식환경은 사실상 악화됐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에 따르면 2006∼2007년 한강에서 관찰된 어류 71종 가운데 외래종이 7종이었다. 58년에 관찰됐으나 87년 이후 발견되지 않는 종도 10종을 넘는다.

안 소장은 1, 2급수에서만 사는 황쏘가리나 은어가 한강에서 관찰되는 이유가 인위적 방류라고 지적한다. 정부와 서울시가 한강 상류에서 두 어종을 방류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2008년 7월에는 황쏘가리 1만 마리가, 2005년에는 은어 20만 마리가 방류됐지만 1∼2마리만 발견된다”며 “한강 생태계의 열악함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론자는 한강의 생태계는 60년대 이전과 전혀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자연하천 주변에 나타나는 식생이 사라졌고 외래·귀화식물이 번창하고 있으며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지난 3월 ‘서울 한강의 생태적 복원’ 심포지엄에서 수중보와 콘크리트 호안을 한강 식물생태계 변화를 이끈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자연하천에는 말즘과 같은 침수식물, 개구리밥과 같은 부유식물, 갈대와 부들 같은 추수식물이 자라고 물 가장자리에는 여뀌와 같은 식물이 넓은 군락을 형성하며 그 뒤로 버드나무와 같은 목본식물이 군락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한강에서는 강동구 고덕수변생태복원지와 강서구 강서습지생태공원 등을 제외하고는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반대론자는 또 둔치 시민공원 조성으로 가시박이와 환삼덩굴 같은 외래·귀화식물이 한강 주변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원을 만들 때 조경수를 심고 잔디를 깔아 생물다양성을 단순화시켰기 때문이다.

한강 복원 가능할까

따라서 콘크리트 호안을 철거하고 보를 터 한강변에 모래와 자갈이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게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를 설치하고 준설을 하면 (노량진 취수장이 수질 악화로 폐쇄된 것처럼) 강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한강을 통해 나타났다”면서 “한강 공간을 옛 모습으로 복원해 인간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강의 넓은 백사장을 포함한 옛 모습을 오롯이 복원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과제라는 데는 환경론자들도 동의한다. 정부는 물론 시민들도 교통불편을 이유로 강변 자동차전용도로의 철거나 후퇴에 반대할 것이 뻔하다. 두 개의 보와 콘크리트 호안을 철거하는 과제부터 만만치 않다. 안병옥 소장은 “보의 철거가 많은 이해관계와의 충돌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한다. 안 소장은 “예상되는 유량의 변화와 취수량의 변화에 대해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초기부터 세심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수위변동은 사회심리학적 문제”라며 “강바닥이 항상 물 속에 잠겨있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수위의 저하가 상실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임항 환경전문기자, 조국현 기자(이상 사회부) 권기석·김원철 기자(특집기획부), 김현길 기자(산업부)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